■ 한국에서의 <개인주의> 
 'indivisualism'의 일본식 번역어인 '개인주의'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2년이다. 당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한《황성신문》은 물론이고 그 밖의 개화 언론은 개인주의와 '사리 사욕 추구'를 거의 구분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자율적인 인간'이라는 칸트적인 의미의 긍정적인 개인주의 상(像)은 192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처음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인주의는 타자와는 무관하게 자기 것만 추구하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 받아야 했다. 사실 1990년대 초까지 그런 분위기였다. 한국 문화에서는 단순히 나와 타자 간의 경계선을 그어보려는 의도마저도 그 정도로 의심받았다. 억압적인 국가주의 아래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도덕적 자율주의를 뜻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원색적인 추악한 사리사욕 채우기가 이제는 당연지사로 통하게 되었을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칸트적 의미의 도덕적인 자율성을 함의하는 개인주의를 억압해온 국가주의와 군사 문화야말로 오늘날과 같은 각자도생의 풍토를 조장했다. 한국에서는 개발주의는 물론 신자유주의도 모두 국가 주도로 진행되었다. 국가와 자본이 앞장서 더러운 세상에서 살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해방적 의미의 근대적 이성도, 어떤 개인적 자율성도 철저히 배제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편성되어 어릴 때부터 경쟁과 서열의 원리를 체화한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배식시간에도 아예 성적순으로 밥을 준다고 하지 않는가. '경쟁하는 인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한 술 더 떠서 재벌형 학원은 "친구 사귈 시간에 차라리 공부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아이들을 훈계한다.(박노자,<비굴의 시대>에서 인용)

■ 판사 문유석의 절망
 "이 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견뎌야 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싫다. 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료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 절망의 근본 원인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중고등학교때 지루하게 배우던 로크, 밀, 몽테스키외, 루소등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그 개인주의 말이다. 무슨 시대착오적인 소리냐,19세기 얘기를 21세기에 하고 있냐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글로벌한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앞에 '포스트'내지 '후기'가 붙은 길고 복잡한 대안을 얘기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은 이거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이전에 구자유주의라도 제대로 해본 적인 있는 사회일까? 자본주의 후의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제대로 된 자본주의라도 해 본적이 있나? 근대적 의미의 개인을 존중해 본 경험 없이 탈근대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닐까?"

■ 인생의 목적과 의미
 저자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이야기 한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고 존재에 있다, 존재는 관계에 있다. 그 관계에 박노자는 인간 본성에 있는 ‘자비심’을 이야기한다. 문유석은 ‘범상한 무심함‘을 경계한다. 그들의 결론에 개인주의의 비범함이 있다. 그 문장 속에 어려운 세상을 위한 대안이 숨어 있다.

■ 힘내시라. 개인주의자들이여
 소망한다. 착한 사람이 돈 많이 버는 세상을. 내 이웃이 행복하기를. 사랑과 연정이 관계를 풍요하게 하기를. 자연과 세상을 관찰하며 상상하기를. 우리 사회, 민족, 공동체가 문화적으로 강하기를. 이 모든 것을 문유석의 글들을 통해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주의자는 이야기한다. 고통받지 말자.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도 선하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힘을 내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