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인권기행
 저자는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3년 2개월을 감옥에 갇혀 있었다. 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다. 이듬해 그는 유럽을 방문한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앰네스티는 80년대 후반 저자를 양심수로 지정하였다. 국제작가협회(펜클럽)는 그가 신문에 낸 글로 인해 탄압을 받았다 해서 구명 운동에 나섰다. 앰네스티와 펜클럽은 유럽 각 지역의 소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몇 그룹이 저자를 전담하여 후원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의 석방은 유럽 시민들의 헌신적인 후원 활동에 힘입은 바가 컸다.

■ 누가 제 3세계 정치범들을 후원하는가?
 저자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의 후원그룹을 방문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을 평한다. ‘..조그만 도시 인근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민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시민의식이 높다거나 별난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나라의 양심수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운 좋게 잘사는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부채의식이 전부다.’
 그렇다. 인권운동은 대단한 누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을 말이다.

■ 저자가 유럽 시민들에게 환영 받는 이유
 저자는 유럽 각 나라를 방문하면서 본인 생각에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를 환영하는 이유는 앰네스티 활동을 하면서 후원하는 양심수로부터 답신을 받는 일이 극히 드문데다가 이렇게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출현은 이들의 활동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앰네스티 활동을 크게 고무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노르웨이 국영 방송은 일년 중 하루 날 잡아 NGO단체의 기금 행사를 전일 방송한다고 한다. 99년도에 앰네스티가 지정되었는데 그 행사에 저자가 초청된 것이다. 그 날 모금액이 무려 20억원. 유럽 인권운동의 선진성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 한국 사회에서 양심수의 존재의미
 양심수란 ‘자신의 신조, 피부색, 인종, 성별, 종교 또는 언어로 인해 갇혀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이 폭력을 사용하지도 또 폭력에 호소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자가 법무부 상대로 보안관찰 취소처분소송에 낸 것에  검사측이 답변서를 보냈다. 거기에 고문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이나 간첩죄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반정부 투쟁방법의 일환으로 나아가 자신들이 정치범 또는 양심수로서 부당하게 정치권력에 희생된 것이라고 인정받기 위하여 상투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문 자체가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하는 마당에 검사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있다. 이 말은 국가 안위-사실은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는 고문은 해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간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2001년 06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음이 밝혀졌다. 안 되는 것을 만들려니 당연히 고문과 조작을 했겠지.
 우리 사회는 이만큼 갈 길이 멀다. 인권을 이야기 하기엔 이념의 벽이 너무 높고, 분단의 현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유럽 시민들의 인권 운동의 모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이념과 분단 논리가 아무리 옳다 해도 국가 권력이 고문과 조작을 통해 어느 한 사람에게 피눈물을 나게 하고 인생을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