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대권
 그는 전두환독재정권이 만든 간첩이었다.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2001년 06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는 정권교체가 되면서 13년 2개월 만에 출소하였다. 나이 서른에 감옥에 들어가 마흔 셋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는 76년 서울 농대  김상진열사의 할복자살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안기부의 그물에 걸려 든 것이다.
 출소 후 그는 시골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생명평화운동과 반원자력 에너지 운동등 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 야생초 편지
 감옥에서 그는 아팠다. 처지에 대해 분노하고 투쟁하였다. 5년을 그렇게 보냈다. 심신이 고갈되었다. 눈에 잡초들이 보였다. 건강을 위해 풀들의 잎을 먹고, 말려 차로 마셨다. 건강이 좋아 지면서 야생초들의 가치를 알았다. 화단을 만들어 그들을 길렀고 연구하고 관찰했다. 관찰한 바 그렸고, 상상한 바 글을 썼다. 감옥에서 누이에게 편지로 그 내용을 전했다. 글과 그림이 함께 했다. 이 책은 각 매체에서 <200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 <야생초 편지>가 남긴 것들
 저자는 출간 1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이 책이 사회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자연과 상태에 대한 관심을 높혔다. 둘째, 성찰문화를 확산시켰다. 셋째, 잡초의 재정의를 통하여 우리 사회 아웃사이더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였다.’
 나는 잡초,아니 야초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영향이었다고 본다.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야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 보면 생태적인 삶을 고민하게 된다. 다양성을 살피다 보면 공존을 존중하게 된다. 우리의 먹거리를 보게 되고 지역의 공동체 삶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막연하지만 지금 현재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이 ‘녹두 껍질 터지듯이’ 톡 하고 우리의 심성을 쳐 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후는 깨달은 자의 알아서 진화하는 역사로 채워질 일이다.

■ 잡초와 야초의 정의
 한 영국학자가 ‘잡초의 이상형’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하였단다. ‘쓸데없이 크고, 생장속도가 빠르고, 못생겼고, 쓸모가 없고, 꿀이 없고, 야생적 가치가 없고, 숫자가 많고 쉽게 번식하고, 맛이 없고, 가시가 많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독성이 있고, 역겨운 냄새를 내고, 잎이 금방 무성해지고, 재배하기 까다롭고, 제초제에 내성이 강하고, 뿌리가 울퉁불퉁하다’
 이 문장을 읽으며 기분이 묘해진다. 비단 잡초만 그런가? 사람도 그렇다. 혹시 내가 잡초 아냐? 맞네! 못생기고,알레르기도 있고..그런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극소수만 빼고 다 잡초네!
 저자는 잡초의 정의에 숨어 있는 우열성과 계급성, 제국주의성을 간파한다. 그러니까 잡초는 우리가 지금 당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자본의 가치를 내면화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허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애머스이라는 학자가 잡초를 이렇게 정의했단다. ‘잡초는 그 가치가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풀이다.’
 자신이 잡초라고 느껴지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야초로 재탄생 하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