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출근 길
아들이 대명중에 들어가 흥화아파트에서 동대현대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출근을 걸어서 하는데 나의 동선은 갈머리 숲에서 대천천변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4년째 된다. 나에게 길은 똑같은 길이 아니다. 하나의 그림이고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보는 길은 뭣보다도 평범하다. 그러나 매일 보는 이에게 이 길은 다름이다. 매일이 다르고 매년 다르고 내 기분과 정서에 따라 다르다.
 신설4거리 화단은 매년 세 가지 꽃들이 화단을 장식한다. 봄의 팬지 꽃잎은 왠지 원숭이 얼굴 같다. 봄바람에 흔들거리는 꽃잎이 히히덕 거리는 원숭이 얼굴 같다. 느낀다. 상상한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천변의 길은 서서히- 그래 아주 서서히- 샛길이 나고, 그 길이 주된 길이 된다.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가 현재가 되는 사실을 깨닫는다. 길게 곧게 뻗은 길을 보며 장자의 ‘道行而至成’을 생각하고 나의 ‘成’은 무엇일까를 성찰해 본다. 일상의 길이 상상의 길이 되고 풍경이 삶이 되고 가치가 되는 경험. 그래서 나는 아침 출근 길이 좋다.

■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저자 김 정헌은 46년생으로 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있다가 정년퇴임하신 분이다. 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민중미술 운동에 참여 했고, 현재는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야기와 그림, 사람이 있는 주민자치 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이 분이 자서전을 냈는데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논 것이다. 그 이야기가 마치 십대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혀진다. 물론 미술교육의 문제, 미술계의 자본과 권력의 문제, 이명박정부시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두 위원장 사태’등 진지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 그림과 이야기의 함께 함. 
 정작 관심 있던 것은 저자의 ‘미술의 이야기性’론에 있다. 그는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전시회에서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 있는....>그림을 전시했다. 그리고 그 밑에 한 이야기를 적어 놨다. “고부 땅에 늙은 어미를 모시고 한 종부가 살았다...” 인터넷에 그 그림을 찾아 보았다. 다시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그리고 그림을 보았다. 아~ 그 풍부함이란~ 그리고 유레카! 나의 아침 출근 길 서정과 서사가 틀리지 않았다! 어디 이 분이 이야기하는 그림 뿐이겠는가? 우리 눈에 들어오는 픙경과 사물이 다 그림이지. 그림이라는 서정에 서사가 엮어 살아 있는 것이 되었듯이, 풍경과 사물에 우리의 성찰과 사색이 같이 할 때 삶은 풍부해지는 것일 터다.

■ 그림과 이야기로 체험하고 소통하기
 이야기와 그림의 연관성은 저자의 독창적인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생산’자체가 인간의 진화와 함께 한 적응현상이고, <라스코,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상상과 이야기의 드러냄이니까. 문제는 현대 시민들이 여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권력은 노력하지 않고 대중들은 너무 바쁘게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표현과 감상 체계를 대신해 체험,소통,이해체계’로 미술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림을 보고 각 자 상상하기. 그 것은 다양성일 것이다. 상상과 이야기를 그리기. 체험이겠지. 그 상상을 나누기. 소통일거다. 비유하고 은유하며 상상하여 창의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 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공공성의 구현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 나로부터,재미지게.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이 미술교육 전문가만의 의무일까? 그렇지 의무다. 그러나 시민인 우리는? 의무까지는 아니어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출근 길의 맥락이 저자의 <말복장터 감나무 아래 서 있는...>농부의 맥락과 같이 한다는 느낌, 상상하는 힘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자! 상상하자. 내 앞의 풍경과 사물, 발화와 수용이 다 그림이다. 내 마음가는대로 받아들이고 느껴보시기를. 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시기를. 그림을 그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