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이를 아는가?
 다 안다. 고부민요의 주동자. 동학농민전쟁의 지도자. 척양척왜, 보국안민. 객관식 정답 같은 지식으로 안다. 그리고 그의 인물 사진. 알 수 없는 그 어떤 아우라로 우리를 압박해 오지만 그 것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일 뿐이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까. 그와 나는 삶의 연관이 없으니까.
 책임은 역사 교육과 지식인들에게 있다. 전봉준과 동학농민전쟁이 우리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아 있는 역사로, 그 풍부한 이야기성으로 말해줄 이가 누구란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소설가다. 소설가가 전봉준 평전을 썼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그 풍부한 자료와 이야기성으로 녹두장군을 오늘날의 우리로 복구시켰다. 비로소 지식인이 제 할 일 하나 했다. 독자는 이를 읽고 거인의 무등을 타고 상상의 길을 가 보면 된다. 우리 삶을, 우리 사회의 삶을 돌아 보면 된다.
 책 익는 마을에서 저자분을 모시고 06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죽정도서관에서 독서토론을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 1894년
 이 년도는 우리 근대사의 상징이다. 민씨 척족과 대원군과의 갈등, 청과 일의 대결, 개화파와 보수파와의 대립,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의 혁명성이 집중적으로 폭발한 갑오농민전쟁. 농민군의 3월 무장기포와 9월 삼례기포, 그 사이 청과 일의 전쟁, 군국기무처에 의한 갑오경장이 이 해에 일어났다. 용광로와 같은 이 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지우느냐에 따라 오늘의 정치관과 삶의 태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해를 기점으로 일본의 침략성과 개화파의 사대성이 본격적으로 결합되어 망국의 길로 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지식인의 빈약한 역사의식과 책임성이다. 사대성의 핵심은 백성을 믿지 않는 거다. 갑오경장의 내용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백성을 주체로 보지 않는데. 농민군의 폐정개혁안을 보라. 거의 같은 주장을 담고 있지 않는가? 다른 하나는 자기 안위를 위해 너무 쉽게 외국군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앞으로 지도자가 사대적인지 않은 지는 바로 이 두 변수를 가지고 평하면 된다. 
 
■ 갑오농민전쟁의 신원(伸寃)
 농민들은 민씨 척족의 부패와 관료들의 탐학에 봉기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 심정의 봉기였다. 허나 권력자들이 자기 살려고 외국 부대를 끄려 들였다. 반외세의 깃발이 올려진 것이다. 그리고 여명의 별들처럼 사라져 갔다. 우금치 전투에서 10만이란다. 항쟁 기간 전체에 걸쳐 20~40만이 죽었단다. 그 때 당시 조선의 인구는 천만. 일본군의 작전명 ‘청야’란다.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후손들은 역적의 자식이 되었다.
 우리가 그들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들은 역적이 아니라고. 잘했다고. 잘 살았다고.

■ 관민상화(官民相和)의 실천, 집강소
 농민전쟁이 그저 패배한 것이냐? 아니다. 우리가 본 받을 것이 있다. 바로 전라 감사 김학진과 농민군 대표 전봉준간에 있었던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의 협치 노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관료가 있었나 싶게 김학진이 새롭다. 그는 농민군에 끝까지 적대적이었던 나주목사를 파면했고, 전봉준은 일부 농민군의 설분행위를 적극 막았다. 이 것이 관료가 백성을 믿는 것이다. 전봉준은 자기 앞에 닥친 운명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관념적이거나 과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현실과 현재적 관점을 잘 유지한 사람이었다.

■ 민보군과 농민군
 농민군이 패퇴한 후 체포와 학살은 일본군과 관군에 의한 것보다 유림과 보부상 중심으로 만든 민보군에 의해 더 많이 자행되었다. 역사에서 수 없이 반복되는 이 야만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우리 지역 출신으로 국채보상 운동을 처음 제기한 김광제선생도 민보단 활동을 했었다. 경술국치를 당하고 음독 자살한 당대의 보수주의자 황현도 농민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농민군이 갖고 있었던 단점과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지 알아볼 일이면서 어느 것이 정의로운건지 고민해 볼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