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진 사상가 순자
 전국시대 말기 조나라에서 출생한 순자는 전국을 주유하며 정치 입문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였다. 결국 정치를 포기한 그는 제나라에 들어가 ‘직하학궁’에 머물면서 학술을 연구하였다. ‘직하학궁’은 여러 나라의 사상가들을 초청하여 학문을 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금의 국립대학과 유사한 기구이다. 순자는 거기서 총장격인 ‘제주’를 3번이나 역임했는데 이를 통해 그의 학문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성악설(性惡說)
 순자에게 가장 억울한 부분은 바로 왜곡된 ‘성악설’이다. 그는 인간을 긍정하고 인간의 주체성,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한 사상가이다. ‘성악설’의 ‘악’의 의미는 인간 개인의 성향이 아니다. 인간은 군집을 이루며 살게 되는데 길들여지지 않은 욕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 불가피하게 사회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러한 혼란과 무질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를 통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다.
 
■ 천인지분(天人之分)
 천인지분은 ‘인간과 하늘사이에 선을 긋다’는 의미이다. 순자 이전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천명이었다. 즉 인간의 행위를 하늘에 의존하는 종교적 하늘을 중시했는데 여기에 대해 순자는 과감하게 ‘NO!’라고 외친 것이다. 하늘은 자연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하늘에 불과할 뿐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가 노력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하늘(자연)도 인간의 삶의 향상을 위해서는 이용할 대상에 불과 하다고 강조한다. 마치 서양에서 중세(신)에서 르네상스 (인간)로 변화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 성위지분(誠僞之分)
  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위지분을 외쳤는데 인간에게 저절로 드러나는 경향과 성향을 뜻하는 ‘성’보다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착한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를 통해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을 통해 자기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 배움과 행위를 강조한 점을 보면 유가의 적통자라는 생각이 든다.

■ 예(禮)
  유가의 맥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예’이다. 유가의 예는 인간의 욕망은 절제되어야 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 반면, 순자는 인간은 욕구와 욕망하는 존재로써 예로 적절한 다스림을 통해 충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긍정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생각이다.  욕망의 충족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 위(僞)
  순자는 인간의 가능성을 신뢰한 사상가이다. 그 핵심이 바로 ‘위’이다. 긍정적인 인간의 모습은 모두 인간이 배운 바를 실천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위’에 의해 만들어진 도덕과 윤리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결국 ‘위’란 배워서 할 수 있고 노력해서 성취할 수 있으며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 시대를 읽다
  순자가 살았던 시기가 전국시대 말기였다. 그 당시 상황은 오래된 전쟁으로 인해 통일 국가 등장이 가시화된 시기였다.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나기를 바라는 여론이 조성되었고 학문의 통합화 현상이 생겼다. 이러한 현실 인식하에 순자는 제자백가의 여러 사상을 시대상황에 맞게 유가와 접목시켰다. 
 당시 이상적인 사상을 추구했던 유가에 현실성을 가미하여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맞는 사상을 재창출해 낸 것이다. 유가의 약점인 운명, 숙명주의나 욕망 절제를 보완하기 위해 묵가의 다양한 사상들을 수용했다. 종교적 의미의 하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자의 사상을 수용했다. 도가에서도 장점을 받아들였다. 그는 제자백가 사상을 집대성한 시대적 혜안을 가진 사상가이자 교육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