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주의,사회주의자로서 한국인 박노자
 그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2001년도에 귀화한 한국인이다.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사회주의자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비교 당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소위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승자독식 경쟁체제와 각자도생의 비인간성에 분노한다.
 또한 그는 개인주의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국가주의와 군사 문화에 깔려 있는 전근대성을 비판한다. 
 사회주의와 개인주의의 조합이 일면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글을 읽으면 이해가 간다. 물론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역사발전에 대한 믿음, 이를 뒷받침하는 본인의 지적 분투는 인정하고 존경할 만하다.
 이 책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겨레 블로그 ‘박노자글방’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놓은 것이다.  
  
■ 한국 사회에 대한 냉정한 평가
 2009년 장자연사건, 2009년 용산참사,2007년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사건, 2014년 02월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 그리고 2014년 4.16 세월호 사건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있까? 저자는 ‘무한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 나라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한국 사회를 학술적으로 설명할 때 흔히 ‘기업국가, 재벌 공화국, 종속적 신자유주의등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이에 기반한 한국의 정치사회체제는 파시즘이라 주장한다. 

■ 한국 파시즘의 전략
 한국의 지배세력들은 앞으로 ‘안보의식고취,일본의 재무장,미국의 동아시아 회귀(중국 포위전략)에 발맞추어 중국,북한 위협론’등을 선전할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한 전술은 우선, 비국민 색출. 통진당 해산과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그 것이다. 다음으로 각종 복지 정책을 국민통합이라고 선전하여 다 같이 잘 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한다. 현대판 서북청년단 양성,일베등 일부 소외층이 서구식 민간 극우파로 전락하는 현상을 이용, 하층민 극우파를 최고 부자들 정권의 행동대로 최대한 활용한다. 한국의 경제적 ‘아류 제국주의’가 언론에 선전되어 국가와 기업 본위의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블랙리스트화. 사회주의자, 평화주의자, 환경주의자등을 영원한 2등 시민으로 고립시킨다.

■ 경쟁보다는 연대의 희망을
 저자는 ‘무소불위로 자행되는 국가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연대의 태부족과 망각’이라 한다. ‘대한민국에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서의 평화 세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하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첫째, 당장 체제를 바꿀 힘은 없어도 그것을 믿을 필요는 없다. 둘째, 체제가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계급적 위치 확정에 지나지 않으며, 대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계급적 질서를 뒷받침해주는 학벌 집단 형성의 장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체제가 강요하는 기본적 사회화 코스(초중고-대학-군대-취업)를 거부하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길을 밟는 것은 어떠한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자. 셋째, 재벌 주도적이고 토건 중심적인 동아시아형 체제의 급진적 변혁은 어렵다. 그러나 일단은 노력이라도 해 보자. 각 자의 삶의 터전에서.

■ 비굴의 시대
 저자의 현실 비판은 좀 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문제는 바로 나로부터 시작하는 실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희망의 연대를 모색하는 각 자 시민들의 성찰과 분투. 다른 하나는 보령이라는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연대와 소통. 전국 3백여 시군이 동시에 외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등등의 구호 말고 ‘낯선 자에게 손길’을 건네 줄 수 있는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