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한창이다.
 후보의 공약을 들춰 본다. 15만 자족 도시 달성, 미래성장동력 확충등 좋은 말이 많다. 그러나 이어서 드는 의문이 있다. 어떻게? 가능해? 전국 253개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어마무시한 청사진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실현될 수 있을까?
 공약은 우리가 후보자들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년 전 참사가 있고
 96년생 딸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내 친구들이 바다에 있다고, 어떻게 한 명도 구할 수 없었냐고, 울먹였다. 아버지는 그러게,,라는 말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사태를 바라 봤고 우리 사회의 반복되는 치부를 뼈저리게 느꼈다.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 준 집단 우울은 사건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우리 모습에 있었다.
 앞으로의 정치는 제2의 세월호 참사 예방에 있다. 경제 성장과 규제 완화도 이 틀을 한번 걸러야 한다. 격차해소와 평화 통일 담론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는 과정에도 이 정서가 개입되어야 한다. 근데 지역 후보자들의 공약엔 세월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젠 별이 된 열세 명 아이들
 부모들의 육성이 책에 실려 있다. 열두 명의 작가들이 기록했다. 그들은 분노했다. ‘전원구조’라는 오보에, ‘대대적인 구조활동 시작’이라는 언론보도에, 그들에게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구조를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에,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무능함에. 또한 좌절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에.
 그러나 부모들은 움직였다. 진실 규명을 위하여.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부터 10시 30분까지의 101분의 진실을 밝히고자 생업을 전폐하고 뛰어 다녔다.(그 결실이 16년 3월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만든 <세월호,그날의 기록>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꿈이
 아이들에게 있었다. 건우는 요리사, 승희는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했고, 소연이는 중학교 교사, 호성이는 국어선생님, 지성이는 스튜디어스, 채원이는 연예인, 준우는 천문학을 좋아했고, 세희는 조향사. 그런데 꿈이 사라졌다. 어른을 포함한 304명의 꿈이.

■채원이 엄마는
 아이들 시신이 하나 둘 나올 때는 ‘우리 애 나오면 어떡하나’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부터는 ‘우리 애 안 나오면 어떡하나’했단다. 준우동생인 중2 태준이는 어느 날 아침 형 옷을 입고 형처럼 밥 먹고 행동을 했단다. 그날 밤 ‘형아 나 금방 갈게’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했다고 한다. 구조에 나선 어부들의 고통도 담겨 있다. “형님 나 정말 힘듭니다.” 그 선원은 학생들이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어대고 얼굴을 유리에 대고 숨을 거둬가는 그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세희 아빠는
 주장한다. 우리들이 이렇게 외치고 떠드는 것은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그래서 변한 것이 무엇인가? 오가며 보는 보령해안경비안전서의 간판이 진정 변함을 입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민인 우리도, 정치인들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을 갖고 살아야겠지.
 나 자신도 반성을 한다. 민족이니 이념이니 이런 거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막연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옆의 이웃. 그들의 행복이 없으면 나의 행복도 없다. 그들과의 감응이 없다면 나의 글도 없다.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추모하고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야 할 모든 이들을 격려하며 한 주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