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겁을 걸친 껍데기들의 향연이 절정에 달했다. 욕심 가득한 가슴팍과 볼 폼 없는 위인들이 또 이 땅에 족적을 남기기 목에 핏발을 세웠다. 때 묻은 부끄러운 손과 번득이는 눈동자, 꼭꼭 틀어막은 귓구멍에 뻔뻔한 주둥이를 실룩 거리며 욕심과 명예를 채우기 위해 썩은 이빨을 드러냈다.  

거침없는 치맛자락, 그 뒤에서 춤추는 광대들의 바지자락, 신들린 탬버린 소리가 대지를 적시고, 망나니들의 질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20대 국회라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전라도·경상도·눈치뿐인 충청도, 거기에 모리배와 침흘리개 하나, 둘, 셋 짝을 지어 거리를 헤매고 주관도 목적도 없이 그 뒤를 따르는 아첨꾼도 크게 늘었다. 

백성의 숨통을 조여 온 권력의 후예도, 독재를 찬양한 사쿠라도, 날고기, 썩은 고기를 가리지 않는 늑대의 형상도, 요리조리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댄 늙은 여우도, 먹고 또 먹고, 먹고 또 먹어 배가 남산만한 똥 돼지도 표 구걸에 가세했다. 박근혜 사진을 ‘존영’이라고 극존칭을 생산한 코미디언도, 국민의 세금만 축낸 흡혈귀도, 거머리를 닮은 이상한 화상도 눈에 띈다. 

팔십 평생 호미자락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다는 촌로도 게거품을 물었다. 이런저런 선거를 수십 회 치렀건만 아직도 거기에 희망이 있는 모양이다. 인물이나 정책은 뒷전인 채 오로지 정당뿐인 유권자들은 오늘도 특정 후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긋지긋한 이념 논쟁은 이번 선거에도 여지없이 고개를 들었다.  

입법효율 최악의 19대 국회, 구멍 난 서민들의 살림살이, 말뿐인 청년 일자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국가 부채 및 가게 부채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보수들의 교만과 위정자들의 추한 꼬락서니는 물론이고 무지막지한 독선과 무식에서 비롯된 욕지거리도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저급한 경제주의, 청와대 눈치 보기, ‘친박’ 뒤에 가려진 함량 미달의 몰골 등, 기억해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시 누구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인가, 어떠한 인물을 지역대표로 내세울 것인가. 사람다운 사람,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뽑는 일, 오로지 유권자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