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년 7월~45년 12월
 이 책은 수기다. 저자는 일본군 학병으로 징집되어 중국 쉬저우에 배치된다. 그는 44년 7월에 탈영한다. 그는 동료들과 임시 정부가 있는 충칭까지 6천리를 걷는다. 이후 광복군이 되어 반일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이 수기는 임정 환국 후 주요 활동과 내부 사정, 그리고 국내외 정치 상황을 언급하고 45년 12월에 끝난다.   

■ 6천리 대장정
 일군 군영에서의 일화, 탈출 과정, 불로하 강변에서의 감격적인 애국가 제창, 그리고 중국군의 도움으로 진포선과 롱해선 철도를 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저자는 임천 군관학교에서 학병 출신들과 함께 군사 훈련을 받고 중국 중앙군 준위로 임관한다. 이들 중 53명이 임시정부가 있는 충칭까지 반일 조국 해방의 일념으로 길을 나서게 된다. 도중에 도적떼를 만나 곤혹을 치른 경험을 하고 난양에 도착 한다. 그 곳에서 나태와 권태에 빠진 조직의 규율을 잡는 과정이 나온다. 전열을 정비하고 4일 만에 노하구에 도착한 일행은 항일 연극단을 조직하고 활동하기도 한다. 파촉령을 엄동설한의 혹한 비박을 경험 하며 13일 만에 넘는다. 일행은 45년 1월 31일 충칭에 닿는다. 거대한 다큐이자 드라마인 6천리 대장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 OSS대원이 되다.
 저자는 충칭에서 임시정부의 나약함과 운동가들의 분열을 보고 크게 실망한다. 그러던 차 미국의 한반도 진공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부대를 알게 되고 자원한다. 당시 부대의 광복군 대장은 이 범석. 8월 훈련이 끝나고 국내 진공을 기다리던 중 해방을 맞는다. 저자는 실제 8월 14일,18일 한반도 진입 작전에 참여한다. 이후 광복군 대위 신분으로 김구주석의 수행원 자격으로 11월 23일 김포로 귀국하게 된다. 

■ 해방 전후의 혼란
 해방이 되자 너도나도 독립운동가가 되어 임정과 광복군과 연을 닿으려 하는 모습에 저자는 좌절한다. 또한 임정이 미군정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공산세력에 휘둘리며, 제 사회 단체, 정당의 구심점 역할을 못 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 부분에 대한 기록은 상당히 구체적이여서 우리가 새겨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데가 많다. 저자의 기록정신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 박 정희와 장 준하
 시중에 이 두 사람을 비교한 글들을 본다. 둘은 한 살 터울로 같은 시대를 살아 간 대표적 인물이다. 한 사람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은인으로, 다른 한 사람은 이 나라의 민주와 인권의 토양을 마련한 위인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것은 결과론적인 비교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만주 신경군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하고 일본군 장교가 된 박 정희는 해방 후 광복군에 몸을 의지하다가 국군에 들어갔다. 그는 군대 내 남로당 활동을 하다 동료들을 밀고하고 목숨을 건졌다. 장준하는 학병으로 징집되었으나 탈출하여 6천리 대장정을 걸었다. 죽음이 예고된 OSS대원이 되었고, 반일,반공,민족,민주의 길을 정의의 신념으로 살았다. 누구는 부하의 총탄에 죽었고, 누구는 의문의 추락사를 당했다. 어찌됐든 판단은 각 자에게 있다.

■ 나의 20대
 이 책은 저자가 54세인 71년에 썼다. 자신의 20대를 바라 보는 중년의 맘은 어땠을까? 유신의 독재가 꿈틀거리는 그 시절,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아마 이 수기를 완성하게 했을 것이다. 50대 그 언저리에 얹히게 된 독자도 그의 20대를 되돌아 보게 한다. 독서는 이렇듯 비유된다. 비유되어 살아난다. 성찰과 반성으로.
 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어느 한 부분에 서 있긴 했지만 장준하만큼 치열했고 정의롭고 열정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명심은 한다. 지금 현재 여기의 삶에 충실하는 것.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정의를 위해 내가 아는 모든 이를 사랑하며 살 일임을.

■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의미에서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격려사다. 연대사다. 3포시대, 5포시대라 불리는 우리 청춘들에게 40년대 이렇게 살았던 젊은 청춘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정치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 없다. 40년대 조선의 정서는 ‘일제가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준하를 비롯한 일군의 청춘들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마찬가지로 5포시대가 영원하진 않을 거다.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 것이다. 식민지 시대 청춘들의 반기가 반일이었다면, 5포시대 청춘들의 반기는 ‘주류에서 벗어나기’다. 이 시대 청춘들이 이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기를 빈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