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은 최루탄 가스에 울고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당했다. 독재정권에 허리뼈가 부러지고 모진 고문에 사지가 뒤틀리는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그들의 쇠사슬에 많은 인사들이 죽었다. 다시는 이처럼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고 외마디 소리를 토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또 얼마였던가.

그러나 오늘 이 시간, 변한 게 없다. 되짚어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달라질 것도 없을 게다. 우국충정에 춤추는 간신배와 그들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떨면서 조연출을 자처한 기회주의자만 즐비할 뿐이다. 온 세상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단절을 보면서 슬프게 울었던 사람들까지 이제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상투적인 변명 앞에 고개를 숙였으며, 낡고 낡은 ‘민주화’란 언어는 이제 퇴색 할대로 퇴색해 철지난 작업복처럼 보잘 것 없는 물질로 변했다.

도둑질, 사기, 궤변과 흑색선전, 사회변화를 앞세운 위정자들의 향연은 계속되고 정치꾼들의 몰염치는 대물림하기에 여념이 없다. 속고 속이고 남의 것도 내 것이고 내 것은 당연히 내 것이고, 일부 파렴치한 지방의원은 직위를 남용해 특정 기관을 상대로 공사나 달라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금품으로 욕심보와 뒷주머니를 채우는 의원들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니 세상이 추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꼴찌를 기록한 저질 국회의원들은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또다시 표를 달라며 뻔뻔하게 저마다의 지역구를 활보하고 있고, 공천과 떡고물에 눈이 어두운 선거꾼들은 그것도 지역 일꾼이라고 한 번 더 국회로 보내자며 목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국회의원 당사자나, 선거 꾼이나 이들에게 물개박수로 화답하는 저질 유권자나 하나같이 보잘 것 없지만 이 사람들에게 일갈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고 정치권이 난장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의 폭거, 보통사람을 자처한 노태우, IMF를 부른 김영삼, IMF를 극복한 김대중, 무능뿐인 노무현, 토목공사의 달인 이명박,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 까지 변화와 개혁을 외쳤지만 늘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일 뿐 달라진 게 없다. 비정규직 홀대, 대학등록금, 가게부채, 사회갈등과 소득격차도 그대로다.

변한 것이 있다면 정치권의 고도화된 사기극과 독재로의 회귀, 일부 지방의원들의 주제넘은 이권개입 뿐이다. 그래서 요즘 서민들이 독한 니코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성토한다. “더러운 세상, 걸레만도 못한 더러운 세상”이라고, 그리고 침을 뱉는다. 오염된 대지, 오염된 저 강산을 향해서 침을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