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J모 면사무소 면장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근무 중인 K모 면장이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이렇게 말했다.
“나야, A의원이야. 이번에 수의계약 나온 것 있지. 어떻게 한 건 줘야겠어. 어차피 주는 거 기왕이면 돈이 좀 되는 걸로 챙겨주게.”
“알겠습니다.”
며칠 후,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이고 면장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아주 열심히 하신다고 주위에서 칭찬이 대단하더군요. 역시 우리 면장님은 능력이 있으셔...”
“근데 누구시죠.”
“만난 지 오래되니까 이제 목소리도 잊어버렸나 이거 정말 섭섭합니다. 나 시의원을 지낸 아무개야...”
“아, 예. 안녕하셨어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면장님이 아시다시피 내가 건설업에 손을 대고 있잖나. 그래서 말인데 수의계약 (공사)하나 줘야 겠어. 나중에 내가 술 한 잔 살 테니 옛날 생각해서 협조 좀 해주게.”

J모 면사무소 면장이 얼마 전에 겪은 상황을 재연한 시나리오다. 상대의 주인공은 보령시의회 현직 시의원 A모의원과 Y모의원을 비롯해 전직 시의원 두 사람이다. 이들은 특정지역을 가리지 않고 관내 읍면동장을 대상으로 이 같이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하는 식으로 올해  공사를 수주했으며, A모의원의 경우 해마다 이러한 갑질을 반복하고 있다.

A모의원에게는 ‘10%’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공사를 업자에게 알선해주고 알선료 명목으로 10%를 떼어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오래 전부터 보령시의회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모두가 한 통속인지 올해도 변한 게 없다. 때문에 보령시 의회의 윤리적 무관심이 ‘후안무치’를 생산했으며,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까지 명예를 깎아 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보령인터넷뉴스’는 깨끗한 의원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후반기부터 실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사람은 ‘내것’이 아닌 것에 눈독을 들이면 언제나 화를 부르게 돼 있다. 제도권 정치인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업무와 관련해 뇌물을 꿀꺽하고 망신을 당하는 이유도 ‘내것’ 이외의  물질을 탐했기 때문이다. 주민으로부터 주어진 권리와 의무에 충실하고 주민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조례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노력이 뒷전으로 밀리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의를 대변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면서 얻어진 회기 수당은 시의원이 당연이 챙겨야 할 일종의 임금이다. 임금은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다. 반면 직위를 이용해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 알선료나 넘보고, 술밥이나 얻어먹으면서 금의옥식을 쫓는다면 그것은 ‘사이비’다. 겉으로 보기에 진짜인 듯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근본부터가 다르니 사이비(似而非)라고 쓰고 그렇게 부르는 게 맞다. 갑질을 중단하고 의원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들의 명함은 영원히 사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