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하퍼 리는 1926년생으로 생존해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소설가이다. 작가 나이 서른 셋에 쓰여진 이 소설은 미국 내 흑백인종차별에 대한 관심과 토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미국은 흑인민권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던 때 였다. 이 소설은 풀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35년.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메이콤이 공간적 배경이다. 앨라배마주는 남북전쟁당시 남부군 소속이었던 만큼 문화와 관습에 인종차별이 심했던 곳이다. 메이콤 사람들 대부분은 보수적이고 경제대공황의 여파로 빈곤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8살 먹은 여자 아이이다. 그 녀에게는 네 살 터울의 오빠가 있고, 한 살 위인 옆집 남자 친구가 있다. 아빠는 변호사이며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세 명의 아이들이 어울려 지내고, 세상 어른들을 만나며 겪는 사건들과 생각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II.
 메이콤에 ‘톰로빈슨 사건’이 일어난다. 톰이라는 흑인이 자기 딸을 강간했다고 그 녀의 아버지가 고발을 한 것이다. 딸도 톰이 자신을 강간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지역 보안관이 증인으로 나섰다. 톰은 당시 법에 의해 사형을 당할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의 변호를 아빠가 맡는다. 아빠는 톰이 무고를 당했음을 밝힌다. 백인 여성이 평소 자신을 도와 준 흑인에게 연모를 느끼고  유혹을 했다. 톰이 이를 거부하고 도망갔다. 현장을 목격한 그 녀의 아버지는 딸을 폭행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흑인이 성폭행했다고 고발한 것이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톰은 교도소에서 탈옥을 하려다가 사살되었고, 변호사에게 앙심을 먹은 상대편 아버지는 그의 자녀들을 밤에 기습했다가 옆집 아저씨에게 저지되고 사고로 죽게 된다. 세 아이는 재판 과정을 지켜 보며 톰의 무죄를 확신했다. 하지만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어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을 고려한 것이고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III.  
 이 소설은 1930년대의 미국 소도시 풍경과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 독자의 시선으로 ‘아~ 이들도 그렇게 살았던 시절이 있구나’싶은 것이다. 집안 일을  돌봐 주고 있는 흑인 아주머니가 주인공 여자 아이인 스카웃에게 이야기해 준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거야”

미국이나 한국이나 예전보다 앵무새죽이기가 줄어들었을까? 노골적인 앵무새 죽이기는 그럴거다. 그러나 변주된 형태로 사태는 반복되고 있다. 그 것은 이념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경제적 차별속에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며 살아갈 수 밖에. 그래야 조금 덜 죄를 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IV.
  여덟 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소설속의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이미 어른이 된 나를 반추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은둔생활을 하는 옆집 아저씨 네이선씨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은 내 어렷을 적 농협 창고 뒤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 사람을 귀신이라 여기고 두려워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불쌍했던 사람인데 어린 마음에 마냥 괴롭혔던 것은 아닌지 지금도 매우 미안하다. 그 분은 지금 살아계시기나 할까.

그런데 평소 두려워했던 네이선아저씨가 나중에 생명의 은인이 된다. 아빠에게 해꼬지 하는 목적으로 자신들을 습격한 자를 막아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전에 주인공과 알게 모르게 인연이 많았다. 마을이 불이 났을 때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주인공에게 모포를 덮어 주기도 했고, 느티나무 밑에 선물들을 슬쩍 놓아주기도 했다. 그의 집을 정탐하러 갔다가 철망에 찢어진 바지를 꼬매어 걸어둔 이도 옆집 아저씨였다. 아버지가 주인공 딸에게 하는 말이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잘 모를 때 우리는 사람을 경계한다. 알면 다 좋은 사람이다. 안 좋으면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어른들도 아이의 시선으로 사람에 대한 긍정성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는 같이 살아야할 존재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