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톡톡히 망신살을 사고있다.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행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방재정법을 위반한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승인해 줬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지난 9일과 10일 각 상임위원회 별로 2016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박상배)를 열고 2016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 예산안에 따르면 보령시는 2016년도에 만세보령장학회에 8억8천만원, 한국지역진흥재단에 825만원, 소상공인 특례보증금 1억원, 한국지방세 출연금 633만원 등 모두 4곳에 출연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과정에서 집행부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금에 대한 예산을 배정했고, 의회는 의회에서 승인도 하지 않은 출연금을 예산으로 확정했다.

현행 지방재정법 제 18조 3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자 또는 출연을 하려면 미리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지자체가 공공기관에 출자나 출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의회가 상임위는 물론 예결위에서조차 이 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한 것은 의회 본연의 업무에 대한 배임이며, 의원들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에대해 일부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구두 경고조치만 하고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들 스스로가 의회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시장과, 과반이상의 시의원들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인 현 시의회의 한계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하기가 어렵고, 이번 경우처럼 사회적 쟁점화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묵인 해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시의회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의회가 집행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하려 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이런 행태는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보령시의회는 김동일 시장의 민선6기가 출범한 이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 발 빼고 어떠한 언급이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시민간 극심한 대립을 불러 일으켰던 보령시의 화상경마장 유치나 어린 여학생들이 "제발 철회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는 대천여중 관통 도로개설 등이 그것이다.

시민들을 대신하라고 뽑아준 시의원들이 시민을 외면한채 마치 집행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또, 지난번 대천리조트 행정사무감사에서 있었던 최은순 부의장과 성태용 행감위원장간에 '비열', '마녀사냥' 등의 단어들이 오가며 벌어졌던 고성과 추태도 시민들의 시의회에 대한 반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당시 현장상황이 모니터를 통해 시청 각 실과에 그대로 중계됐고, 방청석에는 시민들을 대신해 여성유권자연맹 회원들이 방청을 하고 있었지만 의회는 이후 어떠한 사과나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결국, 시의회의 현재와 같은 미미한 존재감이나 시민들의 시의회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