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가 최근 준공한 CCTV통합관제센터와 보령시의회를 연결하는 비가림시설(캐노피) 설치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산을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별도의 예산배정과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준공까지 마친 CCTV통합관제센터 신축공사의 예산잔액을 가지고 또 다른 공사를 발주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달 20일, 성대한 개소식을 열고 CCTV통합관제센터 업무에 착수했다. 약 1년4개월여의 기간이 소요된 이 공사에는 14억 5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불과 5일 후 ‘CCTV통합관제센터 비가림시설 신축공사’라는 항목으로 또 다른 착공신고가 접수됐다.

총 예산 70,930,100원이 투입돼 지난 11월 23일부터 내년도 1월6일까지 진행되는 이 공사는 ‘우천시 새마을정보과 직원들의 본청 출입시 이용’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사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관제센터를 신축하고 남는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하나의 사업(공사)이 완료되고 준공검사를 마친 상태에서 예산이 남았다면 이를 반납하고 불용처리 하는 것이 관례다.

만약 준공이 끝나기 전에 공사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발생했다면 설계변경을 거쳐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하며, 그래도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하자보수를 하거나 별도로 예산을 배정해 의회의 승인을 거쳐 공사를 발주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의회와 관제센터를 연결하는 통로는 연결통로가 주 목적이 아닌 관제센터의 비가림시설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제센터 공사의 일환으로 봐야하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보령시로부터 제출받은 공사개요에 밝혀져 있는 ‘새마을정보과 직원들의 본청 출입시 이용’이라는 목적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에대해 다수의 공직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준공검사까지 마친 관제센터 신축공사 예산의 잔액으로 시의회와 관제센터를 연결하는 캐노피공사를 발주해 진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공사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관제센터에 들이닥치는 비를 막기 위한 시설인지, 의회와 관제센터를 연결하는 통로 개설을 위한 시설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신축한지 1달도 되지 않은 관제센터에 비가 들이닥쳐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면 애시당초 설계를 잘못했거나 부실공사가 염려되는 부분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현재처럼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실무부서에서 임의대로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두가지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실무부서에서 조차 이 공사의 목적에 대해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진 회계과장은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공사의 목적에 대해 처음에는 “CCTV건축을 했는데 관제센터에 비가 들어오니까 비가림공사는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잠시후에는 “우리 시 직원들이 결재를 위해 본청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눈비가 오면 서류가 다 젖게 돼 반드시 연결통로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어 “당초 다리로 연결할까 생각했지만 예산이 너무 소요돼서 이를 절감하기 위해 연결통로를 하게 된 것”이라며 “추가공사는 예산을 별도로 배정해서 승인 받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 공사가 관제센터에 들이닥치는 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연결통로 개설을 위한 공사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어쨌든 관제센터 신축과정에서 부실설계나 부실공사 의혹이 됐건, 예산전용 부분이 됐건간에 감사부서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