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고 정감 있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난 2011년 '청춘콘서트'란 타이틀을 가지고 청순한 이미지로 전국을 순회하며 청소년은 물론 젊은 층에게 바짝 다가서 인기를 독차지 했고, 화려한 스펙과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이미지보다 사회공헌도가 높다는 각종 매스컴의 보도가 전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대학의 강단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으며 중도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적 인물로 급부상했다. 때를 같이해 2011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로 떠올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자신보다 크게 뒤진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해 한쪽에선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한 인물'로 평가했다.

이후 2012년, 잘 알려진 대로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대선출마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독자적인 대선후보의 길을 걸으면서 여야 후보 진영을 긴장케 했다. 물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지지했고 오랫동안 그에 대한 여운이 남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재인이 패하자 그 패인이 안철수의 양보에 따른 것으로 화살이 돌아가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가 꺾이는 계기가 됐으며, 그를 향해 활활 타오르던 용광로도 식기 시작했다. 지지층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신의 과업을 번번이 외면한 탓이다. 특히 서울시장에 이어 일국의 대통령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지켜본 많은 지식인들은 그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고, 그의 사고를 매섭게 평가했다. '변화와 혁신'으로 문재인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슬그머니 광주를 찾는 현재 안철수의 민낯을 이미 예측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철수는 2013년 4월24일 치러진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으나 1년도 못돼 2014년 3월 민주당과 합당했다. 당시 안철수가 얻은 것이라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은 것과 당명인 '민주당'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꿔 놓은 것뿐이다. 이처럼 안철수가 국민에게 보여 준 것이라곤 양보와 뒷걸음질 외엔 아무것도 없다.

유신보다 더 무섭게 질주하는 朴 대통령의 독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계부채,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노동 5법, 시위현장에서의 물대포 논란 등에 대해서도 안철수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도 '혁신'이란 미명아래 '혁신전당대회'를 외치고 있다. 야당을 분열시켜서라도 당권을 쥐고야 말겠다는 3류 정치인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