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보령문화의전당에서 개최된 '대천~죽정동간 도로개설공사'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본설계용역 업체 관계자로부터 노선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9일 보령문화의전당에서 개최된 '대천~죽정동간 도로개설공사' 주민설명회는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했다.

당초, 시에서 밝힌것처럼 주민들의 의견청취를 하겠다는 개최 의도와는 다르게 일방적으로 시 방침을 통보하는 자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설명회는 참석자들에게 어떤 자료도 주어지지 않은채, 슬라이드 보고서와 기본설계용역 업체 관계자의 설명만으로 진행됐다. 설명후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별다른 반대 의견은 개진되지 않았다.

이는 설명회 참석자들의 구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설명회에는 정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죽정동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고, 일부 중앙시장 상인회 회원들과 시내권 거주자들만 소수 참석했다.

만약 충분한 시간전에 죽정동 주민들에게 안내하고 홍보를 했음에도 주민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시에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채 설명회를 강행했다면 자체 결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 보고에 나선 기본설계용역 업체 (주)계림엔지니어링 관계자에 따르면 이 도로는 유성2차 아파트 옆 3거리에서 파레스여관 삼거리 구간에, 대략 1백억원 이상(시 추정 9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터널구간 210m를 포함한 총 길이 620m의 규모로 개설될 예정이다.

이어, 이 도로가 개설되면 '구도심(재래시장) 접근성 양호', '대천여중 등 학교시설 접근용이', '죽정사거리 교통체증 해소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고 했다.

대천~죽정동간 통행동선의 단축, 지역간 동선의 연계성 확보를 통한 구도심(재래시장)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책 및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로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도로의 노선선정과 개설방식 모두 정작으로 불편을 호소해 온 죽정동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일부지역, 특정계층의 의견만 반영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김동일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내세웠던 '대천~죽정동간 터널개통'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의 의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왜 이 도로가 유성2차 아파트에서 파레스 여관 삼거리 까지 개설되는가? 하는 점이다.

죽정동 내에서 도로가 개설되는 유성아파트 옆 3거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하고 협소한 도로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차량이 통행하기에 매우 어렵다. 또, 이 도로가 파레스여관 삼거리를 통하게 된다면 이 구간을 통과하는 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근 중부발전 본사로 출근하는 차량들로 인해 출근시간대에 또다른 혼잡이 발생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번째, 이 도로가 개설된다고 재래시장 활성화 될까? 하는 부분이다. 현재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는것이 이 도로가 없기 때문이라면 이 도로가 개설 된 후 몇명이나 이 도로를 통해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로가 개설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더욱, 이 구간에 도로가 개설될 이유가 없다. 죽정동의 최고 교통혼잡 시간대인 대천초등학교 등교시간과 겹치는 아침 출근시간에 이도로를 이용해 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번째, 왜 굳이 터널을 개설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통상적인 경우 터널공사는 일반 도로로 개설할 경우와 대비해 대략 두배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생태계파괴에 대한 부분이나 아침운동을 하는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면 현재 다른 도로들에서 하고있는 '에코브릿지'등을 방법으로 충분히 해소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도로가 통과하는 주변 토지 소유주의 재산상의 손실부분이 발생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구간의 도로개설이 과연 죽정동 주민들이 원하는 것일까? 하는 부분이다.

죽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시민(50, 남)은 "죽정동 주민들의 불편해소를 위해서라면 죽정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떤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는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말로는 죽정동 교통혼잡해소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정작 누구를 위한 도로개설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대우아파트에 거주하는 다른 시민(39, 남)은 "죽정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오히려 신대리 쪽으로 터널을 뚫거나 대천고등학교 쪽으로 우회도로가 개설된다면 모를까 구도심 쪽으로 출근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굳이 현 시점에서 이렇게 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터널을 뚫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구간에 터널개설을 하겠다는 김동일 시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시는 이같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번 화상경마장 유치처럼 다시한번 김동일 시장이 주민의 의견과 상관없이 밀어붙이기를 할지, 아니면 이제라도 죽정동 거주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칠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