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故 이문구 선생을 비롯해 지역 문화 예술인들이 자주 찾아 뚝배기 된장국과 막걸리를 가운데 놓고 세상을 노래했던 성주면의 작은 식당 ‘충북집’이 세월과 함께 노랗게 물들고 있다. 아린 가슴을 쓸어내지 못하고 이곳에서 50 여 년간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일명 홍씨 할머니도 古稀를 훌쩍 넘기고 喜壽 앞에 서 있다.
 
석탄이 생활 에너지로 쓰일 때 지은 집이라서 스레트 지붕은 낡을 대로 낡아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이틀이 멀다하고 파리와 모기를 쫓아가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지인들도 이제는 발걸음이 뜸해졌다. 과거 무연탄이 전성기를 맞아 그야말로 “천 원짜리는 개도 안 물어간다”는 말이 유행할 땐 ‘충북집’도 지금과는 사정이 크게 달랐겠지만 이제는 서너 평 남짓 작은 공간의 추위를 달래주는 장작 난로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충북집’을 찾으면 광부들의 삶의 애환과 추억, 그리고 사람의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한 달 품 삵을 술과 도박으로 날리고 빈손으로 오는 광부들도 여기에선 적어도 마음만은 부자였다. 비록 외상으로 술과 안주를 즐겼지만 그 술잔에는 내일의 풍요가 있었고, 그 속에는 광산촌을 떠나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러는 외상값을 갚지 않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 때는 그마저도 하나의 정이었다. 녹이 슬대로 슬고 낡을 대로 낡아 제멋대로 연기를 내 뿜는 장작 난로 하나, 거기에 홍씨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시래기 된장 뚝배기와 금방 무쳐낸 새콤달콤한 밴댕이 젓갈 한 접시, 톡 쏘는 맵디매운 고추 몇 개와 김치가 전부지만 축북집엔 그래도 과거와 현재의 향기가 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종종 우문현답을 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 ‘권력과 명예를 쥐기 위해서’. 아니면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서... 그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답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중국 시인 이백(701-762)의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백발이 삼천장(白髮三千丈)이 되도록 살았어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다(不知明鏡裏)는 말이 있듯이 정말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성주면 신사택에 위치한 허름한 쉼터 ‘충북집’을 찾으면 거기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