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던 필자는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서 강진이 발생했다는 뉴스에 주목했다. 이후 네팔 현지에서 속속 보내오는 뉴스들은 지진으로 인한 참상들로 가득했다. 국내 한 언론매체가 전한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라는 한 마디가 지진으로 인한 참상을 웅변해 주고 있었다.

지진이란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지표로 나와, 땅이 갈라지며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원리는 탄성반발(elastic rebound)이다. 소시지의 양 끝을 잡고 살짝 구부리면, 탄력을 갖고 있어서 잘 휘어진다. 그러나 계속 구부리면 결국 부러지고 휘어졌던 부분은 처음처럼 꼿꼿한 상태로 돌아간다. 지층도 힘을 받으면 휘어지며 모습이 바뀐다. 그러다 버틸 수 없을 만큼의 힘이 축적되면 지층이 끊어져 단층이 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반발력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다(두산백과). 지진의 발생 강도는 진도라는 표현을 사용해 그 강도를 표시한다. 기상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지진이 일 년에 10회 이상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11월 8일 보령 앞바다서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보령신문 2013년 11월 12일자 기사). 당시 기상청은 지진계로만 감지되는 규모 3.0 정도의 미진이었다고 했지만 필자는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위 지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례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은 단 번에 일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수차례 지속적으로 미진이 발생한 후에 그 힘이 응축되어 큰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는 경향을 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 발생했던 지진도 이 해 여름에 발생했던 잇따른 지진 이후의 일이어서 기상청의 공식발표와는 상관없이 더 강한 지진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보령과 지진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록에도 보령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관련된 기사가 14건이나 기록돼 있다. 실록에 나타난 보령의 지진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은 세종 24년(1442) 9월 12일자 기사이다. 세종실록에는 “충청도의 남포·홍산·은진에 지진이 일다”라고 남포와 인근지역의 지진발생 정황이 기록돼 있다. 세종 30년(1448) 1월 1일에도 남포에 지진이 있었다. 짧은 문종의 대를 이은 단종시대에도 보령에 발생했던 지진에 관한 기사가 2건 전해지고 있어 당시 보령땅에 지진이 빈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 중종실록 2건, 명종·인조·현종실록에 각각 1건씩 지진에 관한 기록이 전해진다. 숙종실록에는 숙종 30년(1704) 8월 12일자와 39년(1713) 12월 12일자 기사에서 지진기록이 확인된다.

실록 속 보령에 일었던 지진에 관한 기록들은 결코 보령땅이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반도를 이루는 지형이 고생대에 생성된 안정된 지층이어서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적고 강도가 약할 뿐이지 땅속에는 여전히 지각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현상이 순리대로 흐르지 않으면 맺힌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진 또한 땅속의 맺힌 기운이 분출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비록 현대의 지질학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지진이 응축된 지각 에너지의 작용이라면 일면 같은 뜻으로 이해될 수 있지도 않겠는가. 맺힌 것은 풀어 줘야 한다. 단종 즉위년(1452) 6월 3일 “충청도 보령·해미·결성·서산 등 보령인근 지역에 지진이 나서 향과 축문을 내리어 해괴제(解怪祭)를 행하였다”라는 기록에서 맺힌 것을 풀기 위해 해괴제를 지냈던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로 일고 있는 재해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반복되는 구제역과 혹한 등 이상기후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도 이미 거대한 물결의 귀퉁이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네팔의 지진이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해괴제를 지냈던 선조들의 마음으로 네팔의 진재(震災) 극복을 돕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재난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네팔은 빈국 중 하나이다.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는 아직도 지진의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네팔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을 마음속으로부터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자료인용 - 국사편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