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유난히도 매서웠던 추위가 아쉬웠는지 봄의 문턱에서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고 꽃샘추위로 날씨투정을 일삼더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봄에게 제자리를 내어 준 듯 완연한 봄이 되었다.

 우리는 5월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아이들에게는 어린이 날, 직장인에게는 근로자의 날, 선생님에게는 스승의 날,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햇살과 소풍…. 이렇듯 각기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다를 것이다.

 올해부터는 하나 더 덧붙여 선거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유권자의 날'이 5월에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롭게 추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뜬금없이 유권자가 선거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이라, 어딘가 모르게 낯선 느낌이 들지만 이것은 잠시 접어두고, 유권자의 날을 왜 하필 5월 10일로 지정하게 된 것일까?

 유권자의 날은 1948년 5월 10일 치러진 국회의원 총 선거일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35년간의 혹독한 일제 식민통치에 이은 3년간의 미군정을 끝내고 우리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제헌국회를 구성하기로 하였다. 총선일을 1948년 5월 10일로 정하고, 선거권은 21세로, 의원정수는 200인으로 하였으며, 학창시절 사회시간에 선거의 4대원칙이라며 배웠던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에 의해 대한민국의 영토 안에서 자유민주적인 선거가 처음으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물론, 제주가 선거 지역에서 제외되었고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점 등의 한계점으로 인해, 5ㆍ10 총선거의 평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이념이나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투표라는 주권행사를 통해 국민이 통치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됨을 보여준 의미 깊은 선거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유권자의 날의 모태가 된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1948년 5ㆍ10 총선, 그 때에 비하면 많은 분야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때보다 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당시 투표율 95.5%보다 너무나 낮은 투표율이 아닐까 싶다. 그 후 64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에 실시된 제19대 국선의 투표율은 54.2%, 제18대 대선 투표율은 75.8%에 그쳤다. 당시 정부 수립에 대한 염원이 지대했다는 것과 대한민국 첫 선거가 갖는 의미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투표율에서 느껴지는 격세지감은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끝으로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우리의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을 치렀는지. 이제는 우리가 후배들에게 어떤 국가를 물려주어야 할 것인지. 이번 유권자의 날을 통해 새로운 유권자 상을 정립하고 국민 모두가 유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유권자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작은 투표용지 안에 얼마나 큰 대한민국의 힘이 숨어있는지를 발견 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