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세계가 기록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조선왕조실록. 실록은 조선왕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며 중국, 일본, 월남에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의 실록은 주로 궁중에서 일어난 정치만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조선왕조실록은 중앙정치 뿐만 아니라 민간의 시시콜콜한 일까지 중요한 것은 다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독특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구중궁궐에서 일어나는 중앙정치와 함경도 국경 마을 촌부의 삶까지 기록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에 어김없이 우리 고장 보령의 얘기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군수며 현감이라 부르던 지방수령의 얘기는 물론 보령 사람들의 기록도 함께 실려 있어 우리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 기록에서 보령의 옛 모습을 좇다 보면 앞으로 그려가야 할 보령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풍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본 연재를 시작한다.

보령현(縣)
먼저 실록 속 보령땅을 찾아보자. 땅이란 대단히 구체적인 단어지만 또 대단히 넓은 뜻을 담고 있어 쓰임새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사뭇 다른 단어이기도 하다. 우선 인문지리의 기본 갈래로 쓰이고 있는 행정구역을 뜻하는 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보자.
지금 우리가 쓰이고 있는 보령이라는 지명은 1905년에 단행된 행정구역개편의 결과이다. 일제 통감부가 주도한 행정구역개편은 오로지 일인들의 식민지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한 것이어서 전통적인 가치와 그것에 기반을 두었었던 사람들의 삶까지도 바꿔버렸다. 성읍을 중심으로 모여 살았던 삶의 방식에 일대 변환이 오게 됐던 것. 1905년 행정구역개편은 군, 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지방행정구역을 해체하고 몇 개의 군현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보령이라는 지명도 일개 현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보령현, 남포현을 중심으로 비인현, 오천군, 결성군의 일부를 망라하는 개념으로 재탄생 되게 됐다. 따라서 현재의 보령 행정구역 전부를 찾기 위해서는 보령, 남포현은 물론 인근 군현의 기록도 함께 찾아봐야 한다. 우선 보령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고 있는 보령현이 기록되어 있는 세록실록지리지를 찾아보자. 8권 8책으로 이뤄진 세종실록지리지는 세종실록과 함께 실려 있지만 부록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록된 지리지이다. 특히 당시 행정구역인 주·부·군·현의 연혁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관련 연구자들은 이 책을 조선 인문지리학의 기본 교과서로 삼고 있다. 보령현의 정확한 현재의 경계를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세종실록지리리지에서 “보령현의 동쪽으로는 홍주(洪州)에 이르기 24리, 남쪽으로는 남포(藍浦)에 이르기 21리, 북쪽으로는 결성(結城)에 이르기 22리”라며 그 경계를 설명하고 있어 대략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포면에 남아 있는 보령읍성을 중심으로 주포, 주교, 청소, 청라면 일대를 관할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보령현은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 홍주목 보령현편에 연혁이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조선시대 각 지방행정조직은 지금의 도, 시군에 이르는 관할체계가 아닌 독립적으로 조세수납과 행정사법권한을 행사 했던 조금은 독특한 구조이다. 즉 현감이 충청도 홍주목에 속했다고 해서 충청도 관찰사나 홍주목사의 지휘를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국왕의 지휘만을 받는 구조이다. 보령현은 본래 백제의 신촌현(新村縣)인데, 신라를 거쳐 고려조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고치어 이르게 됐고, 수령은 시기별로 여러 변화를 거쳐 태종(太宗) 13년에 비로서 보령현감으로 불리워지게 됐다. 인구는 1천 2백 13명이며. 지역 방위를 담당했던 진군(鎭軍)이 1백 명이었다. 지역 산물로는 곡식 외에 공납의 주요대상인 특산물로 약재는 물론 상어·홍어 등 어류와 소금을 제조했던 염소(鹽所)를 언급하고 있어 임산물과 해산물이 두루 생산됐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참조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