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의 맛이 깊어질수록 단순함과 순수함이 더욱 그리워진다.
몇 해 전에 필자에게 A모씨가 싯가 백 만원 정도의 중고차량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연식이나 성능보다는 굴러만 다닐 수 있는 그런 차량을 의미함이었다.
같은 무렵의 일인데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아주 멋진 차는 자동차에 냉장고도 있단다. 아들아!”라고 말해주었다.
우리의 ice-cream boy는 아주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그런 차는 백 만원 짜리지?”
운전 면허를 갖게 된 아들 딸의 운전 교습용으로 선물할 A모씨의 백 만원 짜리 승용차는 가계에 별 부담이 없는 값어치의 자동차이고, 먼 여행길에도 시원한 속삭임으로 입안을 행복하게 해 줄 아이스크림을 보관하는 냉장고 달린 ice-cream boy의 냉장고 달린 백만원 짜리 자동차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일 것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놀 때도 아주 재미나게 놀아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부모님 말씀 중에 앞에 말은 부모님께 반납하고 놀 때만 아주 재미나게 노는 우리의 ice-cream boy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
반 친구들이 32명인데 31등 했다는 거다.
ice-cream boy의 시험 점수는 60점이나 되는데 친구 중 한 명의 점수가 45점이라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자랑한다.이러다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도 백만원 내며 냉장고 달린 자동차 사겠다고 주문할지 갑자기 걱정된다.
이 엄마는 단순과 순수가 진정 좋지만 그래도 걱정거리 하나 줄이려면 오늘도 잔소리 한마디 더 해야 되겠다.
“놀 때만 재미나게 놀지 말고 공부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재미나게 해야지?”
<보령도서관주부문학모임예지회>
2024.12.17 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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