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다 내 잘못이었다.
어제 저녁에도 큰아이를 씻기며 한숨이 나왔다. 로션을 바르면서는 짜증 섞인 말투로 “그만좀 긁어! 넌 니 손으로 먹고 또 니 손으로 긁니?”
하고 신경질을 냈다.
한밤중 이불이라도 덮어주러 방에 들어가면 몸 여기저기를 긁느라 깊이 잠들지 못하고 또래 친구들보다도 등치는 물론이고 키도 많이 차이가 날만큼 작은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고 가슴이 아프다.
벌써 10년 전이다.
연애를 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같이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 신랑은 타박상으로 한 달  쯤 입원 후 퇴원하고 나는 십자인대파열로 6개월이나 병원신세를 지다 양가 부모님이 병원에서 첫 만남을 갖고 퇴원 후 결혼 얘기가 오가고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했다.
결혼생활 3개월 쯤 임신.
계획하지 못했던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모두의 환영과 축복을 받으며 사랑이란 태명으로 태교를 했다. 그런데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많았다. 엄마의 마음. 아빠의 마음가짐.
그때는 신혼이어서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또 병원에서 지내면 야식으로 사먹던 음식문화가 몸에 베어 밖에서 먹는 음식은 물론 집에서도 배달음식이 거의 주식이었을 때였다. 사랑이를 갖고 태담 태교며 클래식을 들으며 아이를 뱃속에서 잘 보살피는 것은 했지만 가장 중요한건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준비하지 못한 가장 큰 것이었다.
4살 무렵 아이의 다리사이가 이상하게 붉어지고 자꾸 손을 대고 긁고 심할 땐 상처가 나고 피가 나기도했다. 좋다는 병원도 여러 군데 다녀보고 좋다는 민간요법도 해보았지만 아이의 몸은 점점 심해져 6살 때는 심지어 아파트에서 시골 할머니댁으로 까지 짐을 싸서 살아야했다. 1년 쯤 지나니 점차 나아지기는 했지만, 먹는 걸 챙겨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알러지반응 검사도 해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시 할 수 없는 검사였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검사하자고 하면 그냥 “네~”했던 내가 바보였다.
검사실에 들어가 아이를 의자 등쪽으로 앉아 안으라하고는 등에 알콜솜으로 문지르더니 바늘로 40바늘 정도를 찌르고 약 바르고....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미안하고 우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손대지만! 왜 긁어! 잔소리만 하는 내가 정말 바보같다. 미안한 마음도 속상한 마음으로 뒤덮여 내 잘못인걸 아이에게 뒤 집어 씌어 혼내고 짜증만 부리는 나... 아이에게 알면서 잘못하는 건 바보라고 가르쳐놓고 내가 바로 바보였는데.. 아이의 몸이 심할 땐 로션을 바르면서도 울고 자다가도 간지러워 우는 것을 보며 자꾸 늘어나는 건 짜증 섞인 말투와 아이 때문이라는 것. 미안하고 미안한 엄마 마음을 우리아이는 알고는 있는지...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의 잘못이라고 아파하는 아이와 함께 펑펑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해진 아이의 몸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또 엄마의 바보 같은 실수가 내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후회가 된다.
실수가 잘못인 것을 지금껏 인정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제는 내가 잘못했고 미안했다는 말을 꺼내본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는 그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짜증내고 화내는 무서운 엄마가 아닌 언제나 따뜻하고 상냥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