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중세시대. 장소는 조그만 항구도시. 이 도시는 한 나라에 속해있긴 하지만 자치라는 기본 틀 안에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항구의 규모가 작다보니 자급자족 만으로는 부족해 농수축산물의 유통과 관광산업을 통해 외지의 자본을 유입시켜 도시의 기본 경제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시민들은 좀 더 잘 살아보자며 소를 팔고, 논을 판 돈을 모아 도시전체 명의로 큰 선박을 구입했다. 이 배를 통해 외지의 관광객들을 더 많이 실어 나르고, 도시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을 외지에 내다팔면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거라는 생각에서다.

배를 구입하고 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배를 움직일 선원들과 이 선원들을 지휘하면서 책임지고 배를 운항할 선장이 필요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던 시민들은 묘수를 떠올렸다. 선원들을 뽑되 시민 모두가 선주가 돼 세금을 걷어 시민들이 구입한 배가 돈을 많이 벌어오든 적게 벌어오든 이 세금으로 선원들의 급여를 주기로 한 것이다. 시민들은 이렇게 된다면 이 선원들은 보다 나은 시민들의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선장의 경우에는 선원들의 인사문제나, 배가 운항하면서 필요한 부대경비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주기로 했다. 단 선장은 4년마다 시민들 전체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한 사람이 계속해서 선장의 자리에 있다보면 비리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결정을 마치고 나자 시민 모두는 이제는 도시에 행복한 나날들만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걱정거리가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이 배의 주인인 시민들을 속이는 일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들이 만약 서로 짜고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다른 도시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할 경우 이것이 거짓말인것을 알더라도, 서로 먹고 살기 바쁜 시민들이 한 뜻으로 모여 이들을 성토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시민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투표를 통해 배의 선장을 결정하기로 해놓고도 해가 거듭될수록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이 줄어드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시민들은 이 우려에 대해 애써 외면했다. 모두가 걱정하지만 아무도 말로 꺼내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들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시민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믿자는 말로 위안하면서...

그러기를 몇해가 지나고 새로운 선장이 선출됐다. 시민들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한 선장 후보의 말을 믿고 현재까지 선장직을 수행해 온 사람을 대신해 새로운 선장을 뽑았다. 시민들은 이 새로운 선장을 굳게 믿었다. 조그마한 항구도시지만 시민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사는 도시가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얼마못가 시민들의 이런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새롭게 선출된 이 선장이 배가 출항도 하기전에 시민들이 사준 배를 가지고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민들 몰래 도시 공동의 재산을 팔아 국가에서 파는 보물지도를 구입 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분노했다. 국가는 이 보물지도를 찾아가면 외딴 섬에 엄청난 금은 보화가 숨겨져 있다는 거짓말로 여러 도시들에 지도를 판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 지도를 산 도시중 보물을 발견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시민들이 시민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돈을 모아 산 배를, 배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선장 마음대로 멋대로 움직이려 했다는 점도 분노의 큰 이유로 작용했다. 지금껏 크게 배부르게는 살지 못했지만 적어도 굶지는 않고 살아왔는데, 보물섬을 찾아간 모든 배들이 풍랑을 만나 전복되고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숨겨가며 시민들의 재산을 선장 마음대로 쓰려한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분노하자 선장은 시민들 몰래 찬성하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작업에 나섰다. 우선 접촉 대상으로는 배가 운항하면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있는 집단들을 선택했다. 노를 만드는 사람들, 배에 식료품을 대는 사람들, 선원들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 등등....

배가 운항하지 못하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이 집단은 결국 눈앞에 있는 권력자인 선장이 하자는 대로 보물섬을 찾아가는 것에 찬성을 하고 만다. 이들이 마지못해 찬성의 뜻을 비추자 이 선장은 신이나서 배가 출항하기전 만선과 안녕을 비는 시민들의 환송행사에 참석하면서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보물섬과 보물지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또한, 누가 바라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특강'을 해주겠다며 이런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짓'을 해대는 것과 동시에, 보물섬을 찾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배의 주인인 시민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시민들을 더 크게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선주인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선원들이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인사권을 가진 선장을 따라 보물섬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가족들과 이들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 몇몇 집단이 또 다시 어쩔수 없이 보물섬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며 보물섬을 찾아가자고 얘기를 시작했다. 선원들의 안정된 생활과 고용보장을 위해 어려워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던 배의 주인인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허황된 얘기가 2014년 현재 우리 보령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시민들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는 이제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