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농사꾼을 세 부류로 나누어 상농(上農), 중농(中農), 하농(下農)이 있다고 했다. 상농이란 곡식을 가꾸기 전에 땅을 기름지게 가꾸는 농사꾼을 말하고 중농이란 부지런하여 논과 밭의 잡초를 없애고 알찬 수확을 거두는 농사꾼이며 하농은 농사를 짓되 게을러 알곡 농사보다 잡초 농사를 짓는 농사꾼을 일컫는다.
옛날 농촌마을에서는 자녀들의 혼사(婚事)를 치르려 할 때에는 상대가정이 경작하는 논, 밭을 먼저 돌아보고 결정을 했다. 그 집이 가꾸는 농토에 잡초가 무성하고 제대로 가꾸어지지 않았으면 그 집안은 하농이라 여겨 혼사를 맺지 않았다. 하농집안에 딸을 시집보냈다간 가난을 면치 못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삼농(三農)중에서 바람직한 농가는 물론 상농이다.
상농의 농가는 가을걷이가 끝나면서부터 이랑을 깊이 갈고 두엄을 넉넉히 넣어준다.
다른 농사꾼들은 농한기라 하여 윷놀이나 화투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상농은 논, 밭의 지심(地心)을 복돋워주는 일에 땀을 흘린다.
그렇게 땅이 잘 가꾸어지면 다음 해 농사는 이미 풍작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인생만사(人生萬事)는 서로 통하는 바여서 농사에 통하는 진리가 학문에도 정치에도 기업경영에도 두루 통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농사에 하농, 중농, 상농이 있듯 학문에도 하학(下學), 중학(中學), 상학(上學)이 있다.
하학이란 학문을 익히되 자기 자신의 공명을 얻기에만 급급해 사회에는 해를 기치는 학문이며 중학이란 기껏해야 자기 한몸 다스리기에 족한 학문이며 상학은 자신의 학문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보다 많은 이웃에게 유익함을 주는 학문이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학문이나 교육을 살펴보면 상학은 드물고 중학은 많은데다 거기서 한걸음나아가 하학들이 득세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학은 없애고 상학을 높여나갈 것인가가 시대적 과제라 여겨진다.
이점은 정치판에도 마찬가지다. 농사에 삼농이 있고 학문에 삼학이 있듯 정치에도 삼정(三政)이 있다.
정치가 자기 한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추구에 매달려 국민들에게 실망으로 머무를 때의 정치를 하정(下政)이라 하고 정치가 자기 몫만을 챙기고 국민에게 비젼과 희망을 주지 못할 때 그런 정치는 중정(中政)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상정(上政)이란 정치가가 자신을 돌아보기에 앞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앞세우고 사회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에 그런 정치를 상정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땅에 제대로 된 정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우리에게 정치가 있어야 되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 아니 환멸을 느끼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지 정당을 위한 정치인지 정치의 본질조차 모르겠다.
소신도 없고 뚜렷한 비젼도 정책대안도 없어 보이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의 헤쳐 모이기가 비일비재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의 눈에 비치는 고성능의 저질플레이 국민을 위한다는 허울아래 정치적 야심만을 채우는 인정과 의리도 없는 비정한 0점짜리 정치가 판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나라의 정치가 오늘의 현실인 하정을 벗어나 어떻게 상정으로 나아가게 하느냐의 문제가 국민적인 과제라 생각된다.
신약성서 요한복음 10장에서 예수는 지도자를 세 부류로 나누어 말한 바 있다.
첫째는 강도나 도둑 같은 지도자 바로 하정에 속하는 지도자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거액을 부정축재한 전직 대통령 같은 경우이다.
둘째는 삯꾼 지도자다. 대우받는 만큼만 일하는 지도자 말하자면 중정에 속하는 지도자들이다.
셋째는 백성들을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봉사와 희생으로 전력을 다하는 지도자 즉 상정에 속하는 지도자들이다. 바로 예수께서 그런 지도자의 본을 보여주었다. 십자가에 죽음으로써 보여준 본보기다.
이런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음이 백성들의 바람이요 하늘의 뜻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천 미터 지하의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가 있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가 있고 해가 기울어 어두운 하늘 아래서 논과 밭에 비닐을 치고 채소를 살피는 농민이 있고 크고 작은 공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생산직 사원들과 나이 든 부모와 어린 자식들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월급쟁이들이 있고 한 편의 시(詩)에 한 폭의 그림에 미쳐서 단칸방에 살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고 책 속에 묻혀 사는 어린 학생과 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철조망을 수호하는 젊은 군인이 있으니 이 얼마나 든든한가.
정치란 무엇인가.
국민을 편하게 해주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더 나아가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치가 있되 정책이 있고 정치가는 있되 정치꾼은 없어야 하며 몸을 불태워 국난을 건질 진정한 정치가가 이 땅에 상정(上政)을 베풀 때 5천년에 쌓인 이 땅의 한(恨)은 풀려나 갈 것이며 통일한국, 선진한국의 신명나는 깃발이 올려질 것이다.
2024.12.17 화 12:35 
webmaster@charm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