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에 화상경마도박장이 유치된다면 이미 운영 중에 있는 타지역의 사례는 보령의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현장에 다녀온다. 광명과 대전에 이어 오늘은 천안이다.

  천안시 두정동 1394번지의 건물 이름이 ‘희망빌딩’이다.

  이 희망빌딩은 금, 토, 일요일이면 평택, 안성, 공주, 서산 등지에서 희망(?)을 찾아 3천여 명이 부나방처럼 달려든다. 말끔히 지어진 고급스런 희망빌딩 안에 들어가면, 사방에 정보지들이 바닥에 뒹굴고, 그 틈에 쭈그리고 앉아 다음 경기를 분석하는 사람들, 초점 없는 눈빛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갈망하고 있다.

  천안 경마장 주변의 상인들은 빌딩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좀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절망의 끝에서 막연한 통계의 환상을 희망하며 일확천금을 잡으려고 허우적거리는 그 어떤 생명체였다.

  5층으로 된 희망빌딩을 살펴보니, 1, 5층은 50명이 정원인 학원 강의실 같은 입장료가 좀 비싼 도박장이고, 2, 3, 4층은 입장료가 싼 도박장이다. 한 경기가 시작되어 결승점에 가까워지면, 그곳 사람들은 희망에 대한 광기어린 소리와 다양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른다. 자신들이 선택한 경주마에 대한 응원소리는 그 경기의 종착점인 결승점 통과와 동시에 절망적인 탄식과 욕설로 메워진다.

  일정이 마무리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주변 상인들의 증언처럼 ‘좀비’가 된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도, 신호등도 유념치 않고 대로를 가로지른다. 아쉬움이 남는 다른 무리의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경륜, 경정도박장, 성인 게임 랜드로 향한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픈 사람들은 화상경마도박장 주변에 있는 리어카 분식점으로 가서 어묵이나 토스트로 허기를 채우며 독한 소주를 들이킨다. 주변에는 변변한 식당이 거의 없다. 좀 나아 보이는 식당 안을 살펴보니 손님들이 없다.

  천안화상경마도박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 한 분의 말에 의하면, 자기 주변에서 경마장에 다녔던 3명은 자살을 했고, 6명은 이혼을 했다고 한다. 뉴스를 통해 보령시에서 화상경마도박장을 유치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절대로 도박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마도박장이 들어오면, 그 지역 주민들의 가정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의 씁쓸한 충고를 들으며 보령으로 돌아온다.

  예수는 물신이 지배하는 2천 년 전 예루살렘에서 인간회복을 외치다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했다. 그는 부정한 거래와 권세있는 자들의 야합에 눈 감지 않았고 온갖 유혹과 회유에도 무릎 꿇지 않았다. 그는 현세의 법을 넘어 사랑의 율법을 따르고자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닌 인간 가치의 회복을 위해 누군가는 사회적 심판을 촉구해야 한다.

화상경마장 유치철회 운동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