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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철거 1년... 녹조가 사라졌다
[일본 현장취재] 충남시민단체, 왜 일본 아라세댐 찾았나
2013년 12월 03일 (화) 18:38:38 심규상 기자 webmaster@charmnews.co.kr
   

"저기를 보세요, 여울이 보이나요, 55년 만에 생겨난 옛 모습입니다."
현장을 안내한 우메다씨(환경운동가)가 댐 아래쪽 구마강 한쪽을 가리켰다. 강변 백사장과 함께 은빛 여울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아라세댐(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 철거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라졌던 은어도 돌아왔다. 멸종된 줄 알았던 조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댐 철거를 시작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지난 1954년 3월 준공 후 2010년 가동이 중단된 아라세댐(구마 하구에서 약 20km 상류 지점, 길이 207m , 높이 25m)은 55년 만인 지난해 9월 철거를 시작했다.
지난 18일 오후 구마모토현을 방문한 충남시민단체 회원 13명(단장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이 아라세댐을 찾았다.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벌이고 있는 댐 철거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겨울의 문턱에 선 구마 강바람은 까슬까슬했다. 산자락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아라세댐 수문아래에는 중장비 3대가 굉음을 토해내며 콘크리트 댐 기둥을 파고 있다. 수문은 활짝 열려 있다. 계획대로 8개의 문기둥 중 1개는 완전히 철거돼 있었다. 이 중 3개의 수문은 철제문마저 해체돼 훵한 모습이다. 살을 발라낸 앙상한 생선 뼈다귀 같은 모습이다.
철거댐 수문에 물길이 가로막혀 고여 있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급한 물살이 흰 속살을 품어내며 댐 기둥 사이로 빠져나갈 뿐이다. 진흙 뻘로 덮여 있던 강바닥엔 이제 굵은 자갈이 자리 잡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댐 입구에 서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인부의 움직임도 한가해 보였다. 56년을 지켜온 육중한 댐은 그렇게 몸집을 줄여가고 있었다. 

<철거현장 찾는 일본 시민들... 현장에 '정보관' 설치>

충남 일행들보다 먼저 일본인 관람객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약 15분여 동안 현장 곳곳을 눈여겨보다 자리를 떴다. 우메다씨는 "댐 철거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처음 하는 댐 철거 작업인 만큼 여러 가지 철거공법을 시도 하고 있다"며 "철거작업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있고, 부러 현장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발길이 늘어나자 관할자치단체인 야스시로시에서는 아예 댐 주변에 '구마천·아라세댐 정보관'을 설치했다. 댐 철거현장이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정보관에 전시된 55년 전 아라세댐 건설 현장 인부들의 표정에는 첨단 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댐이 건설되면 홍수가 없어지고, 관광객이 증가하고, 어업이 번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정보관에 전시된 자료의 절반 이상은 댐 철거공사에 대한 설명이다. 6년간에 걸친 철거공사의 개요를 담은 안내도다. 이에 따르면 8개의 수문 기둥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는 철거공사 5년째인 2017년이다. 5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메다씨는 "댐이 건설되자마자 강바닥에 쌓여 있던 악취가 나는 진흙더미가 도로를 뒤덮고 주민들의 안방까지 밀려들었다"며 "댐 건설로 오히려 홍수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물 방류 때 진동으로 댐 수문 인근의 집이 들썩였어요. 창문이 흔들리고 벽은 금이 가고 기와도 떨어져 내렸죠. 댐 호수의 물에서는 여름 내내 악취가 났어요. 매년 녹조도 끊이지 않았죠."

<댐 건설 직후 사라진 은어떼... 떠나는 사람들>

무엇보다 큰 피해는 강을 새까맣게 덮던 은어와 다른 물고기가 사라진 일이다. 구마강 하구 또한 댐 건설 이후 갯벌 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굴, 모시조개 등이 거의 사라졌다. 물고기의 산란지요, 치어들의 성장지였던 연안 해조류도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구마 강이 병들자 사람들도 떠났다. 댐 공사 이전 5000명(조합원 2000명)에 달하던 은어 잡이 어민 수는 댐 건설 이후 300명으로 줄었다. 댐 건설 직전 2만여 명에 달하던 주민도 50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순식간에 지역은 깊은 쇠퇴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아라세댐 상류에 세토이시댐(??石)과 이치후사댐(市房)을 추가 건설했다. 1990년 이후부터는 구마 강 지류에 가와베가와댐(川?川)을 새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상 하류는 물론 지류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반대'를 외쳤다. 구마모토현 전체로 반대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가와베가와댐 건설이 중단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라세댐 철거를 요구했다. 2004년 당시 구마모토현 지사는 아라세댐 철거를 약속했다. 후임 지사가 다시 철거 약속을 철회했지만, 주민들의 철거운동으로 결국 현 지사는 아라세댐 철거를 최종 결정했다.
댐 철거를 시작하자마자 주민들은 환호했다. 댐 철거가 시작된 후 구마 강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녹조가 보이나요?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은어 떼가 돌아왔습니다. 강에 그물을 치는 어민도, 은어잡이를 하는 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요. 여름에는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빨리 회복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댐 철거공사 1년 "녹조 사라지고 은어는 돌아왔다">

그랬다. 기자는 수년 전 수문이 닫혀 있을 당시 아라세댐에서 풍기는 악취와 녹조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 보았던 같은 곳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만큼 강물은 맑았다. 일행 중 한 명이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기 시작했다. 현장을 안내하던 우메다씨의 목소리가 좀 더 커졌다.
"뿐만이 아닙니다, 댐 아래 구마 강이 바다와 접하는 하구 갯벌에도 사라졌던 맛조개, 갯가재, 멸종된 줄 알았던 샤미센가이(촉수를 가진 조개류)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뱀장어와 학꽁치도 증가했지요, 어부들이 신이 나 있어요."
일행들은 버스를 타고 아라세댐 상류로 향했다. 약 10km를 달리자 세토이시댐이 모습을 드러냈다. 1984년 건설된 세토이시댐은 아라세댐의 과거형이다.
"폭우가 내릴 때마다 수문을 열면 토사가 떠밀려 내려와요, 강물이 탁해지고 녹조도 생겨나지요, 댐 바닥엔 악취가 나는 퇴적물도 쌓여 있어요."
댐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에 잠겼던 강변 콘크리트 구조물 일부가 드러났다. 그곳엔 진흙더미가 걸려 있다. 토사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댐 수문 아래 오른쪽으로 물고기가 댐 상류로 이동하는 어도가 보였다. 어도는 바짝 말라 있었다.
"있으나 마나예요. 물고기가 어도를 통해 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댐 철거는 강 재생의 출발점... 다음 차례는 세토이시댐">

아라세댐 철거를 시작한 지 1년이 보여준 큰 변화는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다시 한 번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일본의 강 재생을 위한 댐 역사를 새로 쓴 주민들의 다음으로 지목한 댐은 세토이시댐이다.  
"내년 3월 말이면 세토이시댐 수리권이 갱신됩니다. 인근 주민들이 세토이시댐 철거 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어요, 다음 철거대상은 바로 세토이시댐입니다, 아라세댐 철거는 구마 강의 재생을 위한 출발점인 셈입니다."
이상선 방문단장이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대형 보로 가로막힌 충남지역 금강의 미래를 보는 듯합니다."
지난해 10월, 충남 금강에서는 보름 만에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4대 강 공사 직후부터 매년 짙은 녹조가 생기고 있다. 가로막힌 금강하굿둑에는 10cm 넘는 토사가 쌓였고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4급수)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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