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촌수필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막막한 책이었다. 왜냐하면 관촌수필 안에는 그동안 내가 접해 보지 못했던 충청도 사투리가 가득 있었고, 내용을 이해하기도 벅찼다. 그렇지만 다행이도 '일락서산'의 사투리를 풀어놓은 책을 구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내용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편을 이해한 후 두 편의 이문구 연구 논문을 읽고 나니 관촌수필이 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번을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이문구 문학을 알아가는 첫 단계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딛고 그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이번에는 그냥 내 맘대로 내가 궁금한 대로 시작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시작은 1970년대의 시대적 배경과 이문구 문학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1970년대는 사회적으로는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경제적으로는 산업화가 가속화 되었다. 산업화·근대화의 부정적인 결과로 빈부 격차, 계층 갈등, 농촌의 궁핍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정치적으로는 유신체제 이후 정치적 억압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과 문학의 소재는 동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관촌수필에서는 산업화에 따른 농촌의 해체와 소외된 농민들의 현실이 그려져 있다. 이 속에는 8편의 이야기가 있고 각기 다른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들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대체로 실제적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인물의 삶속에서 그들이 가진 가치를 문학적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번에 중점적으로 살펴본 [화무십일] 에는 ‘달 같은 마음의 소유자’라고 칭한 어머니의 대한 회상이 나온다. 그 당시의 배경을 살펴본다면 6.25 전쟁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은 시기이다. 이문구 작가의 집안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화무십일]에 나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 전통의 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윤영감네의 사정을 봐주어 집안에 들인 것부터 윤 영감의 환갑 밥상을 차려 준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인정이다. 솔직히 그 난리통에 목숨을 건지고 남의 집에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인데 환갑잔치 타령을 하며 울고 있는 윤영감의 안식구의 모습은 정말 얄밉기도 하다. 나라면 그런 인정은 쉽게 베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화무십일] 속에서 이문구 작가가 어머니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그건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사람들 간의 인정이 아닐까 싶다. 비록 도시에서 자란데다 이웃 간의 정이 뭔지 잘 모르고 자란 나로서는 간접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상은 날로 변해가고 발전하고 편해져 가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는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 있어야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이고 인정이고 무시되는 세상이 조금 무섭기도 하다. [화무십일]에서 중심인물인 어머니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람 사이의 인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 책은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것과 애정과 관심을 갖고 읽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관촌수필에 한발 짝 다가간 느낌을 가지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