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내가 발제 한 <닥치고 정치>가 각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의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미국에서 생겨난 완전히 미국적인 용어로 ‘잘 팔리는 책’을 뜻한다. 전에는 독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베스트셀러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독서의 경향과 시장조사, 대규모적인 선전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베스트셀러 통계의 긍정적인 면은 소비자들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으며, 아직 책을 사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베스트셀러를 싫어했다. 1960년대 베스트셀러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뒤 많은 책들이 회자되었지만 10년만 지나도 잊혀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사실 10년만 연령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들은 책 제목 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는 읽기 쉽고 자극적으로 시대에 편승하는 책으로 치부하는, 일정 부분 편협 된 경향이 있다. 사실 내 대학초년에 사서 보았던 베스트셀러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권할만한 책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가 곧 워스트셀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책은 사회적 관심과 시대 분위기의 반영이 아니던가? 따라서 베스트셀러는 이 시대 사회사의 일부며 이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 시대의 기록일 것이다. 그?점으로 도서 선정에 대한 위안을 삼고서 수많은 베스트셀러 독자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더불어 베스트셀러에 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베스트셀러는 작품성, 출판사의 기획력, 시대의 상황 등이 어우러져 탄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출판사들의 편법 마케팅과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현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베스트셀러의 어두운 그림자다.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는 일은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왜 출판사들은 편법을 자행하면서까지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들어놓은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출판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사재기나 편법 마케팅을 해서라도 책을 의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려놓는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주된 방법은 신문 광고와 홍보활동이었다. 그러나 대형출판사들이 등장하고 인터넷이 실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마케팅 개념이 출판계에도 등장했다. 책은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쓰고 책값보다 비싼 경품을 끼워 팔고, 저자 초청 사인회나 강연회가 이벤트 홀에서 열린다. 수년전 모 아이돌 그룹이 냈던 책이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도 있다. 콘서트 초대권과 연계되어 한 사람이 여러 권의 책을 구매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가장 적나라한 방법으로는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서점에서 자기 책을 사들이는 것이다. 거기에 발마추어 대형서점은 가장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베스트셀러 목록과 함께 책을 쫙 깔아놓는다. 그 베스트셀러 목록을 신문, 잡지, 방송에서는 아무런 여과 없이 발표한다. 더구나 전국의 몇몇 서점에서 팔리는 숫자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결정된다. 일단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책은 스스로 탄력을 받는다. 애인 있는 이성에게 더 관심을 갖듯이, 책의 작품성과 가치에 상관없이 삼류소비자는 다른 사람들이 찾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구매를 서두르게 된다. 독자들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책은 어떤 상품보다 개인의 취향과 판단과 목적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그 책이 반드시 ‘베스트’일 수는 없다. 베스트셀러는 유행가보다도 빨리 사라진다. 출간 된지 1년이 되는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 10위 목록에 들어있을 확률은 10%가 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가 시대의 거울이라 해도 너무나 역동적인 변화가 아닌가? 그 순간의 바람에 휩싸일 까닭이 있는가?
 베스트셀러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폭 넓은 분야의 발전이 아니라, 한번 오른 베스트셀러만이 계속 팔리고, 한편에선 갈수록 더 안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을 가져온다. 즉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많이 팔리는 ‘소수의 책’들보다는 적게 팔리는 ‘다수의 책’들이 많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책들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사실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즐길 줄 아는 태도도 필요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음악판도를 확 바꾸었듯이 시대가 바뀌면 어른들이 걱정하는 베스트셀러가 주류(主流) 문화로 바뀌기도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와 베스트북도 따지고 보면 독서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관심사가 다르면 읽는 책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자세가 아닐까? 나 스스로 베스트북을 가려서 읽는 혜안을 기르고 싶다. 베스트셀러가 말하는 바를 아무런 가치 기준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읽는 수준을 벗어나고 싶다. 더불어 조작된 저자의 이미지에 이끌려 책을 선정하지 않도록 눈높이가 높아졌으면 하는 욕심이다.
이 번 모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1.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이 정치서적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이 책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후의 선거에서 입후보자의 인물됨에 투표 할 것인가?
   아니면 언제나처럼 자신의 욕망에 투표할 것인가?
3. 베스트셀러 목록을 중시하는 사람과 선거 때마다 될 사람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4. 자기 주변 사람의 조그만 범죄에도 엄격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
   왜 거대한 정치경제인의 국가적 범죄에는 관대할까?
5. 국가적 차원의 배려와 직장을 비롯한 조직의 공정한 분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타인에게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6. 당신에게 있어 '미디어는 메시지다(Media is meaasge)'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