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화력발전소와 마을
 소설은 화력발전소가 마을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은 찬성, 반대로 나뉘어져 싸우게 되는데 그 모습은 지금도 여전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각자 판단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땅에 태를 묻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애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봉희도 마을 앞 바위산이 깨져 나가는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는다. 그 바위산에는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고 마을 전경을 보여 주기 위해 자신을 업고 올라가 준 삼촌을 생각하며 바위에 새긴 글이 있다. ‘민봉희는 삼촌이 좋다.’ 바로 이런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정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에 마을을 담다
 봉희는 자수를 배운다. 마을을 떠나는 것이 확실해 질 때부터 마을전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자수에 담는다. 발전소가 들어서고 마을이 없어져도 그 모습은  봉희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일이다. 독자인 나도 이것이 봉희가 열심히 굳굳하게 살아가는 힘이 되는 원천이 되기를 진심으로 빌며 책장을 덮는다.
 
■주인공이 되어 소설 읽기
 덧붙여 소설을 보다 재미있게 읽어 보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글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봉희지만 일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보면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내가 봉희도 되어 보고 속 깊은 덕배삼촌이 되어 쿠사리를 먹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속알머리 없는 작은 할아버지가 되어 보거나 경자의 건달오빠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저 같았으면 어떻게 할까?-상상하며 읽어 보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사건 중심으로 읽기다. 소설에는 화력발전소가 마을에 들어오며 찬반으로 나뉘어진다. 찬반을 대표하는 담론들이 결코 가볍지 않게 인물들의 입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지금도 개발사업과 관련해 마을 주민끼리 싸우는 일이 다반사고 강정마을 해군기지문제도 크게는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내가 논쟁의 당사자라면 어떻게 주장하고 행동할지 생각해 본다면 유익한 책읽기가 될 것 같다.

# 순비기나무는 척박한 바닷가 돌 틈. 모래땅에서 꽃을 피워내지요. 잎과 줄기는 타박상이나 부종을 낫게하고 통증도 멋게 하며 모든 두통도 치료하고 열매는 눈을 밝게 한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보랏빛 그리움"으로 대표하는 꽃입니다.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간직하세요.(거제인터넷 방송국의 홈페이지에서 ‘순비기꽃 소개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