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선배가 추천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경남대 사회과학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94년도 미국 버클리대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슬로푸드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슬로푸드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맥도널드가 로마의 스페인광장에 분점을 차리려 하자 이탈리아 언론인과 사회운동가들이 반대 운동을 한 것을 계기로 슬로푸드단체가 결성되었다 한다. 한국에도 지부가 결성되어 있고 저자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슬로푸드운동은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저자는 슬로푸드운동이 단순히 패스트푸드음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삶(슬로라이프)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밥을 천천히 먹는 것,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걷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나아가 활용할 땅이 있으면 텃밭을 가꿔 직접 작물을 재배해서 먹고, 가공음식이나 하우스재배 작물이 아닌 제철 작물들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대형마트는 먼거리에 있는 값 싼 식재료를 운송하기 위해 탄소에너지를 막대하게 사용한다. 그런 대형마트보다는 인근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파는 재래시장을 드나들자는 것이다. 이렇듯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인 슬로푸드, 슬로라이프에 저자는 왜 운동이라는 말을 덧붙였을까? 그 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요소가 와 방해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 여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주범은 속도사회이다.
 오늘 새벽에 잠에서 깨어 보니 건너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안사람이 국거리용 멸치를 다듬고 있었다. 작은 상자로 한 상자 분량을 다듬는데 5시간이 걸렸다 한다. 안사람 말이 이렇다.
“국에 다시다 넣으면 끝나는 건데 제대로 해 먹으려면 이렇게 시간과 일이 많이 들어요” 이렇듯 슬로푸드를 실천하기에는 불편하고 힘들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천천히 살 수는 없다. 돈을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하고 관절염이 심해 일상에서 일을 놓아야 할 시어머니들도 어린 손자소녀들을 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밥은 간단히, 대충, 그리고 빠르게 해결하고 외식이 잦다.
 저자도 이 점을 간파하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이 결정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사회의 ‘속도’에 있다고 한다. 남보다 빨리 앞서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가치가 아마 신속(속도성), 정확(합리성)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라. 어떻게 신속하면서 정확할 수가 있을까? 정확하려면 빠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업무와 과제를 해낼 것을 주문받고 있다. 그러한 속도의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 속도사회 거부는 먹거리 실천부터
 저자는 '속도사회'를 거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것의 시작은 패스트푸드의 포위에서 벗어나는 먹거리 실천이라 주장한다. 먹거리 실천을 하면서 비로소 속도 사회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문제', ' 터미네이터 종자와 거대 다국적 종자회사의 횡포','맥도날드화되는 현대문명'이 언급된다. 우리 식습관에서 나타나는 '한끼 식사의 폐해','하우스 과일의 문제','청소년의 영양문제'등도 언급한다. 저자는 먹는 문제를 거론하면 수준 낮게 치부하는 사회정서를 비판하고 모든 문제를 여기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책에서는 ‘먹거리이력제’와 ‘쌀농사 살리기 문제’, ‘먹거리 가려 잘 먹기운동’의 사례와 실천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운동단체를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의 실천을 격려하고 있다.

■ 슬로푸드운동은 건강한 몸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책에는 슬로푸드운동과 관련된 여러 담론들이 정리되어 있다. 여기서 건강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들어 보자.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건강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은 다른 사람의 노력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만 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건강에 관심을 갖고 챙겨야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건강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그 것은 마치 건물의 기초 공사와 같은 것이어서 제대로 된 먹거리가 보장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보면 검진을 받은 30내 성인의 4명중 한명이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사증후군은 엄밀히 이야기 하면 병은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하면 고혈압과 당뇨등 만성질환으로 진행된다. 대사증후군의 핵심은 비만이다. 비만은 결국 많이 먹어서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기름진 음식, 잦은 회식, 과다한 스트레스가 복부비만을 일으켜 결국 대사증후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슬로푸드운동은 건강한 몸과 사회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