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열린 공국사격지원대 및 주변지역 환경오염조사결과 주민설명회에서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박사가 조사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공군사격지원대 및 주변지역 환경오염조사결과 주민설명회가 예상했던대로 주민들의 반발속에서 끝이 났다.

환경부는 21일 대천서부수협 회의실에서 공군사격장 주변 환경피해 관련 관계 중앙부처 및 충남도, 보령시 관계공무원, 지역주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오염조사 결과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갓배마을 공군사격장 주변 토양, 지하수, 해양(수질, 퇴적토, 생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사결과 31개 지하수 시료채취지점 중 1개지점에서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2개 지점에서 MTBE(메틸-터트리-부틸에테르)가 미 환경청 먹는물 권고기준을 초과했다.

이중 PCE는 사격지원대 외부 지하수 관측정에서, MTBE는 사격지원대 내부 지하수 관측정 1개지점과 외부기존 관정(민가) 1개지점에서 각각 검출됐다.

또한, 해양에서는 화약물질(RDX)이 해양퇴적토와 생체시료에서 검출됐으며, 생체시료(토굴)에서 카드뮴이 기준치(2㎎/㎏)를 초과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설명회에서 발암물질과 화약물질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지 내부 오염이 외부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지 주민들은 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으며, 조사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다며 반발했다. '공군사격장 환경피해협의회' 초청으로 참석한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박사는 이 조사에서 크게 세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사격은 유류가 아닌 중금속의 문제인데 조사자체가 토양에 대한 오염조사로 맞춰졌으며, 주민들이 주장해온 중금속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이유.

둘째, 해양퇴적물과 생체(토굴)에서 포탄에서 나오는 화약물질인 RDX가 검출됐지만, 공군사격장과의 관계여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부분.

셋째, 조사보고서에는 발암물질과 화약물질이 검출되고 주후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나와있음에도 그간 관련기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해왔다. 과연 정밀조사가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언제 할건지?

이에대해 조사주체인 환경관리공단에서는 이번 조사는 기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중금속에 대한 부분이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보령시에서 중금속을 포함해 조사했지만 지하수에서만 유류가 검출됐으며, 중금속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군사격장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화약물질이 검출되긴 했지만 객관적인 데이타를 축적한 후에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가조사와 관련 상급기관에 추가조사의 필요성을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무성의한 답변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그 원인을)감추려고 하는 당신들이 더 나쁘다"며 환경부 등 관련기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 최준원 씨는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으로 암이 발병했으면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하지만 환경부나 보령시 모두 외면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암 발생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엉터리 조사로 일관하는 연구기관과 조사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어 "이런 엉터리 조사결과로 다시 한 번 보령시민을 우롱한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대통령과 장관에게 항의 할 것"이라며 "공군당국이 원인을 규명하고 주민들의 의혹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군사격장 환경피해협의회' 문수환 회장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민, 관, 군이 같이 조사하자고 요구했지만 계속 거부당해왔다"면서 "암 발생의 원인 제공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군에서 하는 조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문 회장은 또 "민, 관, 군이 공동으로 조사방향에 대해 결정하고 시행해 나가는 것만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와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질병발생원인에 대한 조사를 위해 현재 보령시에 의뢰해 주민들께 정보이용 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이 동의서 작성이 완료되면 7월중 추가 조사의 방향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로 보령시 환경보호과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정부유관기관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공군사격장은 1962년부터 1981년까지 미8군 사령부 사격장으로 운영돼 오다 1981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육군이 주둔했으며, 1991년 이후 지금까지 공군방공포사령부에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