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당당하던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구속이면 예외 없이 병원 수술실로 가는 절차도 안 바뀌었습니다. 아주 근래이죠. 검사는 변호사가 사 준 벤츠를 타고 거들먹댑니다. 서울시 교육감은 인정(?)이 많아, 그게 죄 되어 재판중입니다. 경찰은 건설현장 식당으로부터 돈을 먹고 청와대는 경호장비 업체에서 돈을 뜯고. 잘 나간다는 저축은행장들은 예금고객의 돈을  겁 없이 빼내 쓰고. 이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도 질세라 같이 수갑을 찼습니다. 엊그제는 대한민국이 뒤집어 놓은 4대강에 아주 큰 회사들끼리 땅 짚고 헤엄친 일, 그게 대수일까 별것 아니란 생각이니, 그래온 게 일상이어서 그러려니 는 합니다. 

외국에선 우리의 이 부패수준을 어떻게 계량하는지, 이 부패 부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굼 했습니다. 우리가 걸핏하면 갖다 대는 OECD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부패평균 수준으로 개선하면 매년 성장률을 0.65%포인트 상승 시킬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3.6%였으니 부패만 줄이면 4.2%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작년 OECD회원국 평균지수는 6.9였습니다.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 에서는 대한민국은 1900년대의 3.8에서 2008년에는 5.6으로 2011년엔 5.4로 역전됐다고 걱정 합니다. 이 기구의 데이터는 가장 높은 부패율을 0으로 하고 가장 청렴한 수준을 10으로 매겼습니다. 대한민국의 부패 가늠되시나요.

이런 시절에 우린 하늘을 가리고 도리질이었습니다. 성장에 올인 한다 했습니다. 그런 시작이 공정사회 구현이란 굴레를 쓰고 성장을 밀어냅니다. 그러더니 대뜸 동반성장으로, 그런가 했더니 공생발전으로 튑니다. 급기야 균형재정이란 난이도 높은 베팅입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이뤄 낸 게 없습니다. 성장은 물가 가 잡아먹고 공정사회는 부패와 부정이 태길 쳤습니다. 동반성장은 삼성의 외면으로 말 받아내기에 그쳤습니다. 거기에 공생발전은 동반성장과 태생적 쌍둥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부는 2009년 서민에게 다가가는 ‘친 서민’ 정책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2011년, 작년에는 친서민이 뭔지도 미처 알지 못하는데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며 이를 토대로 ‘동반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올해에는 다 같이 잘 살자며 ‘공생발전’이란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에 만연한 불공정과 불균형들을 일시에 제거 하려는 기세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책하나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그런 정책을 펼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위기에 밀릴 때 마다 민심 수습용 구호로서 그 소임을 다하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친 서민정책을 발표한지 벌써 2년, 공정사회를 곁들인 동반성장 정책은 1년이 지났습니다. 플래카드만 걸어놓은 대한민국의 행사입니다. 이젠 ‘내년의 새로운 정부에 곳간을 가득 채워 물려주겠다’고 결의 까지 하는 무책임입니다. 무릇 경기가 나쁘다 싶으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하는 기초적 경기대응도 못한 대한민국의 재정정책인데 말입니다. 간신히 남은 6개월 동안 곳간 채워 주겠다는 결의가 겨우 지금 대한민국의 균형재정 정책입니다. 재정 건정성 이란 게 빌미입니다. 54개월간 장밋빛 말장난에 혹 해버린 대한만국의 오늘입니다. 공정 공생 동반성장 친 서민, 이렇게 좋은 말도 이젠, 쓰면 거짓말이 되는 대한민국입니다.  

하루 이틀, 낱 날이 이렇게 서둘러 자리 비우는 줄 몰랐습니다. 일주일이 이렇게 살같이 지나감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 한 달도 일 년도 그러려니 그렇게 지내 왔습니다. 그런 하루나 이틀이 그렇게 지루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일 년이 그렇게 마디게 더디 갈수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54개월이 54년인 듯 믿어지지 않는 지겨운 세월이었습니다. 살던 집 세주고 더 넓은 터 잡아 좁게 산(?) 한을 풀어 보겠다는 우리의 대한민국, 아들이름으로 땅을 사야 할 이유가 단순히 땅값 때문이었다며 당당한 우리의 대한민국입니다. 어쩌면 상속에 따른 세금을 포탈할 요량 아니냐는 네 의견, 내 의견으로 세월을 죽이게 하는 대한민국입니다. 행정복합도시를 없던 일로 하자며 헛되이 보낸 국민의 세월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고작 6개월동안 균형재정을 실현하겠다는 염치, 이게 또 세월 죽이는 미약일 거라는 생각이 꽤 자연스럽습니다.  6개월 남기고서야  재정건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꽁꽁 묶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곳간 채워 다음 대한민국에 물려주겠다는 배려(?)입니다. 건전재정에 기댄 막다른 골목에서의 궁리입니다. 긑 날 때 까지 그냥 말로 세월 까먹을 핑계 입니다. 그 곳간, 청와대 꺼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허리띠 졸라 채운 대한민국 곳간 입니다. 당신들은 곳간지기일 뿐입니다.

부패나 부정이 공정이나 공생을 위한 경제 실현에 어떻게 작용 하는지, 고민은 해 봤는지 입니다.  그런 부패나 부정에 대해 지난 54개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화두로 삼은 적이 있었는지 입니다. 없습니다.  곧잘 터지는 부정부패에도 대한민국은 한마디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공정이고 공생발전입니다. 그게 희망이어서 있는 부정부패를 잊고 쉰 네 달을 개념 없이 살았습니다. 그렇게 딴 다리 긁느라 세월 죽여 온 대한민국, 이게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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