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익히 알던 몇몇의 경제학 교수들은 강단에 서서, 잠의 정령들을 날려 보내던 수면의 신이었다.
경제학 시간에 떠돌았던 잡념과 감겨지는 눈꺼풀의 무게는 태양신 아폴로마저도 어둠속에 가두어 둘만한 힘이 있이 있었다.
미시경제학자와 거시경제학자의 차이가 강단에 서서 경제학 용어와 정의만을 암송하는 사람과, 세상의 책상에서 배워나가는 사람의 차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던 학자들이었다.

2011년 보령인문학페스티벌에서 장시복 교수를 만남으로 해서 나의 편견은 와르르 와우아파트처럼 무너졌고, 1994년의 성수대교처럼 붕괴되었다.
 
세계화 시대의 모순투성이인 경제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세계화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오래전 경제(經濟)를 갱제(이것도 한자로 쓰면 經濟다.)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항상 어울리지 않게 주먹을 쥐고 갱제, 세계화 시대를 떠들어댔다.
아! 한 가지 더,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주야장천 조깅만하다가 임기를 마친?지도자가 있었다.
경제와 세계화를 모르고 떠드는 그 위대한 지도자의 외침에 달러가 남아도는 것으로 착각한 백성들은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세계화라 여기며 여행가방 꾸리기에 바빴었다.
그 와중에 갱제는 IMF를 활용하여 세계화를 더더욱 가속화하기에 이른다. 투기자본을 비롯한 초국적기업들을 우리 땅으로 불러들이게 된다. 그것이 1997년이었다. 그 때 무지몽매한 백성인 나는 IMF가 I Am Fine으로 알았다.
 
IMF체제하에서 미셸 캉드쉬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금융 긴축과 구조 조정 등을 요구했고, 돈 벌 때는 제 능력을 주장하던 금융기관과 재벌들은 국가에 손을 벌렸고, 선량한 백성들의 쌈지돈으로 재벌들을 살리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어찌되었든 갱제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나서서 나 같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도 롱텀캐피탈, IMF, 세계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조지소르스 같은 모르고 살아도 전혀 문제될 것 없는 기구와 회사, 사람을 소개 시켜준 셈이다.
그 점에 대하여 감사하게 생각해야 될는지 우울하게 느껴야 하는지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IMF경제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1994년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저성장과 사회양극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한미FTA를 서두르던 사람들이 그들이다.
미국은 자국이 지정한 해외 도축장에서 도축한 축산물만을 수입하는데 그런 자격을 갖춘 도축장이 전무한 현실을 모르고 한국산 닭을 수출해서 미국에서도 한국산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던 한미FTA 한국측 통상교섭본부장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한미FTA가 과연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계화에는 주체와 객체가 있다. 시장 자유화를 동반한 세계화는 자본규모에 의해 영향력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전적으로 선진국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거대자본과 자국정부의 정치영향력을 무기로 한국에 진출해 오는 초국적기업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국내시장을 장악한 초국적기업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윤의 증가를 위하여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관행을 철폐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게 되었다. 때는 이 때다 하며 한국의 재벌들도 자신들의 몫을 확장하기 위한 소리가 높아졌다. ‘줄이고 배당하라’는 초국적기업의 입맛에 맞추어 임금의 하향평준화와 노동조합의 무력화가 진행되었다.
구조조정을 통하여 임금과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명분으로 대량해고가 일상이 되었다.
비정규직이 50%를 넘겨 고용이 불안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단기적 주주가치의 극대화와 더불어 금융기관뿐만이 아니라 비금융기업까지도 금융투자를 통한 금융이익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투기열풍에 개인들도 부채를 조달하면서까지 금융활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9월 7일 금감원장이 “금융사, 신용융자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내 생각에는 그 당부의 행간에는 “반대매매에 의한 깡통계좌를 준비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신용융자 외에도 투자원금의 20배를 배팅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의 90%는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된 외환차익 거래가
과연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오직 개인이 결정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