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들 알료샤. 알료샤는 카라마조프가 사람답지 않게 어디를 가든 모든 이에게 사랑 받는 천사같은 존재이다. 그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그 도시의 존경받는 조시마 장로의 총애하는 제자로 생활한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수도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범죄의 현장인 아버지와 형들 사이에 있게 한다.
그가 나타나므로 드미트리와 이반과 아버지인 표도르는 알료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인간적인 모습을 찾기도 한다.
그는 카라마조프가 사람들의 양심을 대변하고 선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역겨워하는 아버지 표도르조차 알료샤는 미워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며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오직 알료샤만이 아무런 증거도 없는 가운데 드미트리의 무죄를 완전히 믿어 주었다.
알료샤는 세상 사람들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들어있는 본질을 직시하려는 통찰력을 가지고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을지라도 인간의 마음에 깃들어 있는 선과 자비와 사랑하는 마음을 읽으려 했던 것이다.
즉, 알료샤는 추악한 표도르에게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이 살인자라고 지목하는 드미트리에게서도 그의 양심을 볼 줄 알았던 것이다.
도스트옙스키는 알료샤를 통해 인간 속에 있는 천사의 모습과 신의 모습을 구현하려 했는 지도 모른다.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이지만, 참으로 신적인 모습으로 내게는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알료샤는 내가 가 닿을 수 없는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소설 속에서나마 알료샤와 같은 인물을 만나서 기쁘고 감동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내게는 가장 마음 아프고 심지어 불쌍하게 느껴지는 스메르쟈코프. 그 도시의 백치 여인을 엄마로 두고 파렴치하고 추악하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사람을 아버지로 두고도 그 아버지에게서 한 번도 아들로서 대접받지 못 하고 오직 요리사요 하인으로서만 살아간 스메르쟈코프.
드미트리와 이반과 알료샤는 정신적으로 학대받은 어린 시절을 보내기는 하였지만 적어도 지주 계급으로서 상류층에 속해 있다. 하지만 스메르쟈코프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인생이다.
그의 정신 세계는 기쁨 대신에 슬픔이, 희망 대신에 절망이, 인간에 대한 믿음 대신에 불신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누구에게나 굽신거려야 하고 누구에게나 비굴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케르쟈코프는 표도르의 시중을 들면서도 그를 가장 증오하고 혐오하고 미워했을 것이다.
드미트리가 아버지 표도르에 대한 악의를 보이고 있으므로 그를 이용해 드미트리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우기까지 한 스메르쟈코프는 악의 전형으로서 교활함과 사악함까지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아 보지 못한 그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절망의 끝에 다다른 채 자살함으로써 범죄를 다시 은닉하고 진실을 감추는 또 한 번의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도스코옙스키는 스메르자코프를 통해서 악의 극한인 교활함과 사악함과 간악함을 넘어선 절망의 절정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절망의 비극이 있다. 삶에 있어서 아무런 희망도 소망도 신뢰도 기쁨도 의욕도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다다르는 게 절망이고 자살이 아닐까.
19세기에 쓰여진 러시아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긴 분량의 연극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아주 감동적이고 적나라한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이 소설은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그려지고, 살아 움직이는 표도르와 드미트리, 이반과 알료샤, 그리고 스메르쟈코프와  불쌍하게 죽은 아이 일류세치카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여운은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