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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현 왜곡교과서... 안희정 지사, 왜 침묵하나
2005년과 2012년, 충남도 대응 왜 다를까
2012년 03월 13일 (화) 16:51:45 심규상 기자 webmaster@charmnews.co.kr

일본 구마모토현은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땅입니다. 규슈 남단의 지리적 위치로 한국 관광객이 매일 오갑니다. 활화산인 아소산, 구마모토성, 온천, 말고기 등 관광지와 먹을거리도 특색 있습니다.

다른 한편 한일 역사에는 깊은 상처가 많습니다. 구마모토성의 영주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무장 가등청정(가토 기요마사)입니다. 구마모토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비롯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대의 훈련 양성소 등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역할해 왔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치인을 비롯 시해에 직접 가담한 낭인 대부분이 구마모토 지역 출신(37명의 낭인 중 21명)입니다.

아픈 과거역사 딛고 충남도-구마모토현 자매결연 29년

일본 미우라 고로 공사(三浦梧樓 : 시해사건 당시 일본을 대표한 조선국 주차공사)와 함께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다치겐조도 일본공사관의 기관지격인 <한성신보> 사장을 역임하고 <구마모토 일일신문>을 창간한 이 지역 출신입니다. 지금도 일본 자위대 본거지가 이 지역에 포진해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충남도와 인구가 비슷한 구마모토현과는 올해로 자매결연 29주년을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30주년이네요. 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은 대전충남 시민단체와 구마모토현 시민단체가 15년째 교류를 해오는 이유가 됐습니다. 

두 나라의 지역 간 시민단체 교류는 일본 구마모토 지역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출발점입니다. 1997년 구마모토현 내 보수우익세력들(퇴직 교사모임과 신사 관계자)이 구마모토 시의회와 현의회에 '지역 내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는 군위안부 부분을 삭제하라'고 청원을 벌였습니다. 대전충남 시민단체가 구마모토로 달려가 구마모토 시민단체와 공조로 '군위안부 관련 내용 삭제'를 막아냈습니다.

15년간 지켜온 역사왜곡 채택률 0%, '깨지다' 

이후 지난해를 비롯, 교과서 채택시기가 될 때마다 충남교과서 방문단 등이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구마모토 구석구석을 돌며 왜곡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이를 통해 이 지역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률 0%'라는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역사왜곡 교과서(후소샤판) 채택 여부를 놓고 '자매결연 파기'가 쟁점이 될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왜곡교과서 채택을 저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그 기록이 깨졌습니다. 올해 구마모토현 내에서 3개 공립 중학교에서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의 독단으로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를 '부교재'로 사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사립 중학교 2곳에서는 지유샤 판 역사교과서가 채택됐습니다. '부교재'에다 구마모토현 전체에서 모두 5개교에 불과하지만 이는 구마모토현 시민단체와 충남의 시민단체에겐 뼈아픈 내용입니다. 이 지역에서 역사왜곡 교과서가 채택되는 물꼬가 터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두 가지 경로로 교과서를 채택합니다. 하나는 학교현장에서 결정해 교육위원회로 올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해 일선학교로 시달하는 방법입니다. 이번의 경우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교재를 채택, 일선학교로 내려보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충남도의회 철회요청...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 "아무 문제없다"

응당 양 지역 시민단체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초, 충남도의회에서는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와 현의회에 한일 역사관계를 왜곡한 공민 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한 데 대해 철회를 요청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결의문 채택을 대표 발의한 김지철 충남교육의원과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 충남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직접 구마모토현의회와 현교육위원회를 방문해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현 교육위원회에서는 담당국장이 일행을 맞았고 단호한 어조로 "이쿠호샤 교과서는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부교재로 채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현의회에서는 의회 사무국장이 일행을 만나 '(항의) 서한문을 의장에게 전달하겠다'는 형식적 답변에 그쳤습니다.

이는 지난 2005년 상황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현의회 자민당 소속 중진 의원은 '충청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지만 교과서 건으로 파기를 요구한다면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고 공식 발언한 바 있습니다. 수십 년간의 충남도와의 우호 관계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2005년 충남도 대응, 올해는 왜 없나

하지만 다른 한편 한국 측의 소극적인 대응 방식도 뒤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지난 2005년의 경우 양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충남도지사, 충남도육감까지 나서 왜곡 교과서 채택을 저지했습니다. 당시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구마모토 현 지사에게 역사 왜곡 교과서 불채택을 호소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충남도청은 ▲ 도와 시·군에 자매결연을 체결한 일본국 지자체에 왜곡교과서 불채택 협조서한문 발송 ▲ 내달 25일 정부주관 행사인 세계지방자치단체장회의시 일본국 자매결연 지자체의 참여협조 ▲ 독도 바로알기 특별강의 등 직장교육실시 ▲ 관련 민간·사회단체 활동지원 ▲ 일제강점하 왜곡된 산·강·지명 등 바로잡기 ▲ 한·중·일 3개국 자매결연단체장 초청 국제학술 심포지엄 개최 등 중·장기 세부 대응계획까지 마련했습니다.

당시 충남도교육청도 '일본역사왜곡교과서 채택저지대책반'을 구성하고 ▲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편지 및 이메일 보내기 ▲ 시군 교육청 및 일선 학교차원의 역사왜곡 홍보 및 대일 시정 요구 등 활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와 올해의 왜곡교과서 채택문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외에 충남도청과 도 교육청 어디에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늦은 감 있지만 충남도청과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래봅니다.

45명의 충남도의원들의 분발도 기대합니다. 만장일치로 채택한 철회 요청 결의문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와 현의회의 태도를 보고도 못 본 척 넘기지는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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