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의 기상으로 시작했던 임진년(2012)도 달력을 두장째 넘기며 ‘우수’가 지났다.
겨울은 서민들에겐 여름보다 맞이하기 싫은 절기다. 두꺼운 옷(衣)이 필요하고 따뜻한 잠자리(住)가 부담되리라. 그 중에도 난방비는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다. 대도시는 아파트가 보편화돼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위주로 도시가스가 주로 보급됐으며 저소득충 주거지역(달동네)은 도시가스 보급비율이 낮다. 따라서 대도시는 도시가스 난방비율이 70%이상을 상회한다. 반면 농어촌을 중심으로 한 지역(지방)은 등유, 연탄, 화목, 재래식 난방이 주로 70%가 넘는다.  도시가스 난방에 비해 그 부담이 2배를 넘는다. 교통,  문화,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은 겨울 난방비에서도 과중한 부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물가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뛰는 물가에 서민들은 살기 힘들지만 ‘줄이려야 더 줄일 게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음식 값도 폭등세다. 설렁탕, 김치찌개, 비빔밥 등 서민의 식단은 90년대 이후 최고의 폭등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기름 값 부담은 어떠한가? 지난 해 휘발유, 경유, LPG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13.1%가 올라 2008년(17.3%)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한다. 차 값에 기름 값 부담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만만치 않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포함한 운송 서비스 물가도 지난해보다 3.2% 올라 2007년(6.8%) 이후 최대치이다.

기름 값, 채소 값, 공공요금 등의 물가는 오르지만 근로자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시민들은 ‘겹 시름’을 앓고 있다. 지역 시장을 돌아봐도 사람도 없고 장사도 안 되고 경기가 말이 아니라고 이구동성이다. 명절 전의 불경기, 농번기의 불경기 등이 대목 경기, 장날 경기 등으로 지역 경제를 받쳐주었는데 만성적 불경기로 지역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더 조일 허리도 없고 물가는 띄는데 서민은 줄일 게 없다.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자동차 값은 매년 오른다. 스마트 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가격은 청소년들의 소비가 급증해도 내릴 줄을 모른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넘볼 정도로 스마트폰 강자가 되기까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의 덕이 아닌가?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해 해외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고, 현대·기아차 등은 국내 출시 후 나타난 차량의 결함을 보완해 해외 시장에 수출한다. 비싸고 열악한 품질에 국내소비자는 희생양이며 ‘마루타’일 수밖에 없다. 재벌의 독과점이 물가의 주범인데, 제제와 억제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소수재벌 중심으로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정유 산업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해도 아랑곳 않는 짬짜미의 단골 산업이다.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재벌의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을 견제할 전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는 중요한 조사를 질질 끌며 정작 제제와 과징금 처분 시에는 솜방망이에 그친다. 물가의 주범인 재벌의 독과점에 브레이크를 걸어야할 국가기관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민의 생활 물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에선 짬짜미 가격 담합에는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내고 징역형도 살린다. 외국을 부러워해야 할지? 재벌의 나라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경제활동의 주류세대들은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 작년 한 해  정치권의 소재가 된 대학등록금은 쥐꼬리로 내리거나 동결의 수준에 그쳤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면서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으로 신입생을 뽑자 성적 우수생이 몰렸다고 한다. 대전에서도 국립대인 한밭대(전 대전공전, 대전공대)가 하위권에 머물다가 외환위기 이후 사립대를 제치고 충남대 다음으로 입학성적이 높아졌었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공립대에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실력 있는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만큼 대학등록금은 해도 해도 너무 높다.

정부는 2월 17일 2011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2010년보다 사교육비 총 규모가 3.6%줄었다고, 물가지수를 감안한 실질 사교육비 감소폭은 7.2%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계가 정확해야 선진국이다. 정확하지 않는 통계를 근거로 국가 정책을 세운다면 잘못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다. 그러나 당일 교과부 통계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정 딴판이다. 교사, 학부모, 학원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사교육비 감소분의 상당수는 학생 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계에는 방과후 학교, EBS 교재, 미취학 아동교육, 재수생 학원비 등이 빠져있다. 이른바 ‘통계 착시’다. 농산물 가격을 잡으며 물가안정을 꾀하는 식의 ‘통계 놀음’은 그만둬야 한다. 특목고, 자사고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고교 평준화 정책을 복원하지 않으면 사교육을 잡을 수 없는 근본 처방책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일반인들은 국립대의 예산을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가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인건비, 시설 운영비 등에 한정해서 지원하므로 소요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성회비를 변칙으로 운영해온 것이다. 기성 회계의 변칙회계는 수정해야 마땅하다. 일부 언론이 기성회비가 교직원 인건비로 유용된 것처럼 주장한다. 국립대 운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한다. 서민 물가에 큰 부담을 지우는 사교육비, 대학등록금의 문제에서 국립대 기성회비 문제는 정부의 책임을 비껴가려는 꼼수가 있다.

필자는 대학등록금(국공, 사립 할 것 없이)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을 일이지만 교육기회의 균등과 성공에 이르는 출발선은 동일해야 하므로 그의 역할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단계로 ‘반값등록금’이 조속히 해결 돼야 한다.

예산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8000억이면 국립대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릴 수 있다. 4대강에 쏟아 부은 예산이 20조원을 넘는다. 잘못된 부자감세정책을 고치면 재정확보는 충분하다. 겨울한파, 서민의 물가고통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처럼 풀리는 봄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만큼은 국민의 요구대로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담는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는 봄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