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입니다. 어찌 보면 약도 아닌 것이, 일지도 모릅니다. 약이 말합니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만, 그 건 약이고 아니면 약이 아니다.  답이 떨떠름한 게 아무래도 그게 정답일지여서입니다. 답을 내는 사람들, 한쪽씩  눈이 감겼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웬만한 곳에는 약방이었습니다. 지금도 근근히 약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령시에도 아직 양약방이 4곳, 한약방이 4곳이 남았습니다.  없어 질순 있어도 다시 이 땅에 태어 날 순 없답니다. 법입니다.  약방입니다. 거기가면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었습니다. 심지어 농약까지도 판매했습니다. 병원은 어디 꿰매러나 갔습니다. 웬만한 상처는 약방 주인이 발라 주는 <아까징끼>로 다 나았습니다. 일명 <머큐럼>이라고도 합니다. 오죽하면 배 아픈데 이걸 바르면 거뜬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약방에 대한 믿음으로 작용했을까요. 하지만 주인은 약사가 아닙니다. 약종상 허가만 받으면 약방을 차릴 수 있는 상인이었습니다. 그 시절일 것 같으니 ’김약국집 딸들‘이 아니고 ’김약방집 딸들‘이었을 거란 허튼 수작도 해 봅니다. 그게 약학대학에서 약사가 배출되면서 약방이 슬슬 약사들로부터 견제를 받기 시작합니다. 이젠 약방은 약사가 수퍼나 편의점에서 판매를 허락한 13개 품목쯤입니다. 그러니 그 시절 <아까징끼>가 지금의 24개 품목 쯤으로 오버랩 되니 펄쩍 뛴 셈일까요.

2012년 2월 7일 정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수퍼 및 편의점에서 판매할 약국외판매의약품(가정상비약) 24개 품목을 지정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안정성을 담보했고 다수의 소비자가 필요로 한 인지도 높은 대표상품들을 뽑았다고 생색입니다. 그러면서 우선 13개 품목으로 줄인 것만이라도 약사회의 뜻을 받았으니 ’나 어때?!‘ 였었나 입니다.

뻥긋하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안전성’을 입에 문 정부, ‘국민 건강 누가 책임 질거냐’ 는  약사님들의 입술 발림, 서로 짝짜꿍이었습니다. 정부야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하니, 약사도 국민이니 말입니다.  정말, 약국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려 이러시나요. 그 게 맞나요. 그럼 이건 어찌 된 건가요. ‘박카스 두병 주세요’에 ‘얼마입니다’와 함께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물약(?)중에서 2개 뽑아 비닐봉지에 두르르 말아 줍니다. ‘화이투벤도 한 곽 주세요’에 몸이 어떻길래 2병씩이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감기 들었냐고는 아예입니다. 판매원입니다. 비닐봉지를 열어봅니다. 박카스가 아닙니다. 화이투벤이 아닙니다. 왜이냐고 물으니 이거나 그거나 이름만 다르다는 대꾸입니다. 한술 더 떠 그게 더 좋다는 겁니다. 의사가 이리 처방했어도 약국이 이랬을까 입니다. 졸지에 환자가 의사가 됐다 약사가 됐다 했습니다. 그러니 그게 약일까 입니다. 약사 스스로 그게 약이 아닌 걸 알아 차려서일까 어떻게 아프냐고 묻기라도 함직한데 묻지도 않으니 그게 약일까 더욱 입니다.

대한민국 약국에선 두루마리 화장지도 팔고 약이 아닌, 스스로 약이 아니라고 정한 **구론산, **쌍화탕도 팝니다. 농약만 없습니다. 다 있습니다. 수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건 다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팔기도 하는 13개 외는 수퍼나 편의점에서 못 팔도록 입니다. 이를 옳게 다루어야 할 우리 보건복지부는 장관의 인척이 약사여서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 이걸 법으로 만들어야 할 이 들은 약사들 표만 보인다고 터놓고 얘기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약사가 아닌 이는 표가 아니라는, 줏대 없어 별것 아니라는 발상입니다. 코뚜레로 코 꿰인, 꼼짝 못하는 약사 아닌 스스로국민입니다. 그렇게 된 건, 자득일까요. 이참에 그 옛날 미국의 보스톤 항에서 뜻들이 모여 힘을 썼다는 <티 파티>쯤을 생각해 봄직 하지 않나요. 그래야 스스로국민이 된 거 같은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지금 불편한 건 국민뿐 아닙니다. 약이라 이름 붙여진 약, 그 약도 몹시 불편합니다. 약사법입니다. 약사법 개정안입니다. 감기 약 등 현행 13개 품목에서 24개품목으로 늘린 수퍼판매 허용 가정상비약입니다. 그게 2011년 9월 국회에 제출돼 5개월 동안이나 밤낮 잠만 잤습니다. 올 2월7일에야 드디어 국회 복지위가 이약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걸 다룰 법안소위는 심의 날짜도 아직 입니다. 여기 국회의원들은 해당 약의 안전성에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총선이 코앞인데 약사 표를 의식 안 할 수 없다고 공개적입니다. 그러니 이 약사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게 뻔합니다. 그러면 스스로국민은 약 비슷한 것을 약국에서만 사지 않아도 되는 편함을, 지금도 이지만, 포기해야합니다. 18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18대 국회와 함께 약사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가 된 다네요. 그래도 약사들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박카스를 비롯한 드링크제등 48개 품목을 의약품외품목으로 지정한 정부고시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으니 그나마 입니다.

2012년 2월10일입니다. 엊그제입니다. 그동안 약도 아닌 것이 약 인척 했던, 약국에 얹혀살던 죄송스러운 불편에서 불편하지 않은 진실로 되돌려졌음은 그들을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런데 스스로국민인 소비자는 그저 덤덤하니 웬일인지입니다.  (Tips ; 아까징끼는 일본말입니다. 그때는 우리말로 어찌 불렸는지 감감합니다. 색깔이 빨간 소독제였다는, 웬만한 상처는 잘 나았었다는 기억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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