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예측할 수 없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생김과 생각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얽히고 충돌하면서 갈등의 증폭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현장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그 해결과정에서 가해자, 피해자, 법정대리인 등이 분야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습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비전문 주변인들의 무분별한 간섭 때문에 오히려 사건이 꼬여 해결이 더 어려워진 경우를 자주 본다. 돕고자 나선 주변인의 감정 섞인 도움이 당사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이하 이에 관한 문제를 살펴본다.

생명 또는 신체침해를 당한 본인과 그 가족들의 괴롭고 흥분된 심정은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사실을 알게 된 친?인척과 친지들이 위로하고 걱정해주는 것도 좋은 미덕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위로 차원을 넘는 개입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등 법적문제들은 감정이나 상식에 기초한 문제가 아니므로 법에 따른 조언이 필요하다. 부적절한 조언은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분노와 기대만 키워,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사소한 사건들조차도 비용과 시간과 고통이 수반되는 법적분쟁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의 친?인척이나 주변인들의 지나친 간섭이나 비난이 부담스럽더라도 항의하거나 자제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부모 외에 조부모, 삼촌, 이모 등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씩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간섭이 지속된다면 합의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게 되는데, 상대방에게 대화를 위한 대표자(대리인)를 선임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또는 선임된 대리인이 아닌 자와의 대화는 법률적으로 의미가 없다. 대리권이 없는 자는 합의 당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건은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것이며,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불운한 피해자가 되었더라도 분노의 감정에 함몰되지 말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여, 주변인의 감정 섞인 위로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부주의로 가해자가 되었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의 입장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면 균형감각을 잃고, 반대편에서 괴로워하는 상대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상도, 상황도, 관계도, 조건도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갑’과 ‘을’의 지위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순간순간 변한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자각이 있다면, 사고의 수습과정에서 모두에게 유익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