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이 하소연하고, 전문가들이 내놓는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염려된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비웃기나 하듯 번듯한 일자리를 얻었다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고,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수준에 불안정한 직업에 머무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많은 이들을 소규모 창업(자영업자)의 길로 유도하고 있다. 창업! 그 과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권리금, 이하 권리금에 관한 문제를 간단히 살펴본다.

임대차계약에 관한 임대인과 임차인 권리?의무, 임대보증금, 차임(월세) 등은 민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규정하고 있지만, 임대차계약에 수반하여 주고받는 권리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다. 권리금은 법적인 권리가 아니고 거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행일 뿐이다. 통상 임차권이 양도되는 경우에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약정, 임차물 전대되는 경우에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발생한다(양수인과 전차인을 이하 ‘승계인’이라 함). 즉 임차인의 시설이나 영업권 등을 승계인이 넘겨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으로, 시설?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프리미엄) 등의 형태가 있다.

권리금 지급 여부와 그 금액은 영업시설의 가치와 장소적 이익, 확보된 고객의 질과 숫자, 주변 동종 또는 유사업종의 유무, (재)개발계획의 여부 등에 관한 종합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권리금이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서 요구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상이고, 위에 언급한 요소들에 따라 그 액수도 천차만별이며, 상황변화에 따라 변동 폭도 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권리금은 건물 소유자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소유자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승계인은 소유자에게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청구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 따라서 권리금을 지급하고도 일정기간 동안 안정적 영업에 의한 충분한 이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에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이 없었던 경우는 예상 영업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허무하게 쫓겨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반드시 일정 기간이 확보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해야 한다.

타인의 말만을 믿거나 막연한 기대와 추측에 의존한 판단이 뼈아픈 실패로 다가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은퇴자들, 특히 베이비 붐 세대들이 노후대책에 대한 강박증으로 소규모 창업의 길로 서둘러 들어서는 경향이 있는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판단에 의하여 후회 없는 선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기대는 그보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