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입니다.  외상은 안 된다고 합니다. 현찰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답니다. 수입도 없으면서 외상이면 못 갚을게 뻔 한데입니다. 그것, 당연하지만 그게 안 당연한 대한민국이 그들의 국민에게, 외상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국민에게 한 대못 질 입니다. 내일로 유예 해 보는 유일한 삶의 끈을 포기하랍니다.  외상으로 현찰을 빌려 이 구멍, 저 구멍 막는 경우도 막겠답니다. 돌려막기란 걸 알아 버렸습니다. 이래야 대한민국의 40%에 해당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빚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살 일이 없는 사람들의 발상입니다. 하루가 치열한 이들에겐 뭔가를 해야 하는 결론으로 내 몰립니다.  그런 그들에게 그게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들이 대는 그렇게 안사는대한민국 입니다.

적어도 맛있는 걸 먹을 순 없어도 배고픔은 면해야 하는 인간의 기본 삶, 그 삶이 가능할까 입니다. 이런 식이면 말입니다.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부자나라라고 합니다. 그래선지 바보상자는 여전히 아프리카 어린이가 굶주리니 도움의 손길을 보내자고 합니다. 대한민국엔 그런 어린이가, 가족이 없어서, 아프리카 인 대한민국입니다. 500만원짜리 백을 사려고 잔고 없는, 천상 다른 카드로 돌려 막을 거라는 1%다운 단편 속내도 다른대한민국 입니다. 도둑을 잡고 보니 유흥비가 모자라서 라는 말만 귀에 익은, 이 낭비를 잡기 위해선 돌려막기를 막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크레딧 카드를 없애면 된다는 명쾌한 대한민국입니다. 이게 대한민국이고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신용카드 때문이라는 또다른대한민국 입니다.

‘신용카드 이용자중 6~70%는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게 관련업계의 판단입니다. 2011년 12월 26일 대한민국 정부는 <신용카드 시장 구조 개선 대책>을 내 놨습니다. 신용 6등급, 만 20세 이상, 소득이 빚보다 많아야 한다는, 시장 구조 보다는 카드 발급을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입니다. 그 대체로 내 놓은 게 체크카드입니다. 그러면서 체크카드 실적이 많으면 그만큼 신용등급을 올려 주겠다고 합니다. 또 체크카드 이용에 따라 소득공제율도 25%에서 30%로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현금이 통장에 넘쳐나는 사람이 돌려막기를 했나 봅니다. 이 카드에서 저 카드로 말입니다. 그랬으리라고 상상이나 되나요.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민에게 ‘어렵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엉뚱한 엄포도 마다 안합니다. 그러니까 신용카드 때문에 가계 빚이 늘어나고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넘쳐 난다는 아주작은또다른대한민국의 진단입니다.

앞으로 카드 발급을 해 주지 않을 계획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국민이 700만명이라고 대한민국은 말합니다. 이중 절반이 넘는 360여만명은 5년마다 돌아오는 카드갱신에서 ‘발목이 잡힐 것’, 통계자랑도 빼 놓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700만명이라 는 카드 소지자가 자연 소멸 되므로 대한민국의 가계 빚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건 아니다’인가요! 그럼 없어지진 않지만 더 늘진 않는다는 얘긴 모양입니다. 그렇게 결론 냈나 봅니다.

바람직한 카드사용은 현금 소지의 불편함, 그에 따른 위험성을 소거하는데 그 목적의 당연함입니다. 구입대금의 ‘일 개월 후 결제’라는 외상이 카드가 신용이 되어 이뤄지는 덤도 있습니다. 이 덤은 목적의 당연함 보다 훨씬 웃도는 매력입니다. 통장의 잔고는 적지만 비상금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축이 있는가하면 통장에 잔고가 없어 재빨리 현금 서비스를 받아 간신히 결제해야하는 축도 있습니다. 한 달간의 희망이, 어찌 되겠지 가 안 돼 이젠 갚아야 될 돈에 이자가 붙어 버리고 마는 절대적악순환도 있습니다.

먹고 자는데도 빠듯합니다. 너무 추워 아이 파커 사 준 게 빚이 됐습니다. 생활비입니다. 이게 700만 명 중 생활이 어려운, 먹고 자는데 만 쓰인 카드의 사용처입니다.  얼굴을 고치고 명품 백을 사고 남이 하니 나도 4000원짜리 커피 들고 다니느라 쓴 카드빚이 아닙니다. 온전히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느라, 기초 생활비에 쓴 빚입니다. 그나마 갱신기일이 다음 달 인데, 소득이 안 되면 갱신발급이 안된다는데. 한 달 후, 일 하라는 데 없는 희망일 뿐이면 그런 대한민국은 어떡하나요. 상상만이라도 해 봤나요.

우린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명품 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우리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4000원 짜리 커피’라니요, 당장 오늘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일상입니다. 돌려막기가 왜 명품 백에만 줄을 대며 왜 사치에 골몰하는 그런 이들을 위한 정책이었는지 입니다. 너무 적어 그게 기초생활비 인줄 몰랐느냐면 뭔 소리냐고 도리질하렵니까. 삶  걱정 없는 이들, 몇 백만원짜리 백사겠다며 줄 선 이들, 그들만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그들만 사는 건 더욱 아닌 대한민국입니다.

세계는 지금 자본주의가 서서히 무너져 간다고 진단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제멋대로에만 맡겨 버린, 정부 역할 부재로 그 원인을 좁혀가기도 합니다. 99%가 정부의 눈 밖으로 버려졌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합니다. 1%의 독식이 심화된 결과가 원인으로, 서서히 자본주의 4.0시대로 재편 돼 갈 거라는 희망인지  더 큰 근심인지 입니다.

신용카드가 생활비인, 오늘을 힘겨워 하는 우리, 돌려막기로 하루를 버텨보는 우리,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그 치열함을 애써 외면당하는 또 다른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답이 겨우 그것뿐인, 고작인, 더 다른 대한민국이 있어 그게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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