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궁촌동, 44)는 최근 기가막힌 일을 겪었다. 소아림프암으로 6개월이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 지현(가명)이가 다니는 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지현이의 병명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말을 들은 K씨는 지현이가 학교와 사회에 또 다른 실망감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더욱이 지현이가 같이 입원해 있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의 경우 담임선생님등이 수시로 문병을 와서 상담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하던 모습에 상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지현이가 병원에 입원을 한것은 지난해 6월. 입원후 학교에서는 지현이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7월 여름방학 기간중 단 한차례 담임 선생님이 서류를 받기위해 병원을 찾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통의 전화조차 없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현이의 15번째 생일인 지난 1월 6일. 집에 내려가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는 지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초청한 친구들에게 지현이가 뜻 밖의 말을 들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지현이의 투병 사실을 알고 있던 친구들이 학교에서 지난 11월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관내 모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성금을 전달했던 것을 기억하고 "지현아 너도 성금 받았어?"라고 질문을 한 것이다.

순간 지현이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학교 학생을 위해서는 성금까지 모금하면서 나한테는 전화한통도 안해주고, 우리 학교에서는 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이날 친구들이 돌아가고 지현이는 아버지 K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말했고, K씨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해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교장선생님과의 통화를 원했다.

약 30분 후 전화를 한 교장선생님은 "지현이가 아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줄은 이제 알게 됐다"며 사과를 했지만 K씨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지현이가 입원을 하기전에 성적도 꽤 좋아 영재반에도 들어가고 반장까지 했음에도 학교에서 6개월이 넘도록 담임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병명조차 몰랐다는 교육 시스템 자체에 환멸이 생긴 것이다.

특히, 지현이가 그토록 기다렸건만 격려전화 한통조차 하지 않았던 매정한 담임 선생님의 "너무 바빠 전화 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K씨는 "부모와 자식을 떠나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 지현이가 마음속으로 받았을 상처와 실망감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회의도 들고, 우리애가 그런학교에 다녔다는 것에 실망이 너무 크다"고 탄식했다.

이와관련 해당학교 S교장은 "아픈 학생들이 많다보니 담임에게 아이의 상태를 물어보았을때도 좋아지고 있다고 답변해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현이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하기전에는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면서 "전화통화에서 이에대해 분명하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지현이 아버지가 학교에 느끼는 배신감은 학교와 담임, 학부모간의 소통 부족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다음날부터 현재까지 지현이 아버지를 만나려고 했지만 학부모쪽에서 연락을 단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