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주변 산야를 둘러보면 햇빛이 잘 들고 전망이 좋아 집터가 될 만한 곳에 분묘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랜 유교전통의 영향으로 후손들은 조상을 향한 효심으로, 선조들은 자손들에게 음덕이 내려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좋은 묘 터(명당자리)를 찾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 소유의 토지에 조성된 묘지사용에 관한 권리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등기 없이도 분묘사용의 권리 취득을 인정하는 것이다(대법원 94다37912판결). 이하 이 권리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본다.

분묘기지권은 ①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여 시효 취득한 경우(대법원 96다14036판결). ③자기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묘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분묘이전의 약정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 등 인정된다. 이때 분묘는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어야 되므로, 평장 또는 암장되어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면 이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분묘 뒷부분에 반달모양으로 둘러쌓는 사성은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고, 구체적 사건에서 판단할 문제이다(대법원 2001다28367판결). 분묘기지권이 인정될 경우 그 분묘기지 사용료를 토지소유자에게 지불해야하는가? 민법의 지상권에 있어서는 토지사용료에 대한 약정이 없다면 사용료 지급의무가 없는데, 이에 견주어 본다면 위 ②번처럼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 한 경우 토지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99다24874판결). 

오랜 역사를 가진 분묘기지권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58호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일정 부분 제한을 받게 되었다. 2001. 1. 13.부터 시행된 이 법률에 의하면,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해당 토지에 설치한 분묘,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의 승낙 없이 해당 묘지에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해당 토지의 소유자?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 대하여 토지사용권이나 그 밖의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계속 인정되겠지만, 그 이후에 토지소유자 등 승낙 없이 설치되는 분묘에 대하여는 이 권리가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공설 또는 사설묘지의 분묘설치 기간도 15년으로 제한하고, 기간이 경과한 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설치기간의 연장을 신청하여 3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시설묘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특별법의 제정에 따라 분묘에 대한 특별보호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