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한자어 ‘法’은 물(水)와 거(去)를 합한 물의 흐름이란 자연의 엄연한 순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다가, 장애물이 나타나면 차고 넘어, 종국에는 두루 평등한 바다에 도달한다. 이런 연유로 도가의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지극한 선은 마치 물과 같다’라고 이르기도 하였다. 즉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 이 세상에 으뜸가는 선의 표본이라고 인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 또한 물의 흐름과 같이 선의 표본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은 산과 들의 형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며 산야의 생명과 초목을 키워내고,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따라서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파괴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정치권력의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이익과 행복의 보장을 위한 울타리가 되고, 삶의 보편적인 안전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준다. 따라서 법의 생성과 집행과정을 파괴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국가질서와 국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가라는 체제 속에는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 자본, 사회, 노동, 문화, 언론 등 막강한 단결과 교섭력을 가진 이익단체들이 넘쳐나게 존재한다. 이런 단체들의 기본적 속성은 자신들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끊임없이 법의 제(개)정 과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단체의 힘과 돈, 로비스트의 검은 활동에 의하여 그들의 이익이 확장되는 만큼 법은 왜곡되고 국민들은 불이익과 희생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국회(특히 국회의원들)와 정부 및 각종 이익단체들 사이에 발생하는 부패나 독직사건들 대부분이 법의 오염과정에서 풍기는 썩은 냄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이 한 번 오염되면 정화를 위해서는 훨씬 많은 양의 맑은 물과 오랜 시간이 지나야 겨우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부도덕한 정치권력이나 이익단체들에 의해 오염된 법들은, 그 사정을 모르는 선량한 국민들에게 모든 피해를 전가하여 희생을 강요하다가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나거나 깨어있는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치고 나서야 회복될 기회를 맞게 된다. 정치권력은 권력을 장악 및 지속하는 효율적 통치수단으로 법을 이용할 궁리에 몰두 하고, 절제에 의한 준법보다는 입맛에 맞는 법을 꿈꾸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은 물처럼 저 혼자 흐르는 것이 아니다. 법이 이 세상에 지극한 선으로 곧게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노력과 지속적인 감시, 정치권력과 이익단체들의 도덕적 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견고한 바탕 위에서만  바다와 같은 자유와 정의 및 실질적 평등의 실현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