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표기된 시사나 경제용어를 모른다면 “외국어니까!” 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주 듣는 우리말인데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면 답답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법률분야라 생각되는데,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이 개발되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최근 친구들 모임에서 위 3가지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여기에 간단히 풀어 놓고자 한다. ‘유예’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을 미뤄 줌, 일정한 기간을 둠]이다.

첫째. 기소유예는 수사결과 공소제기(수사를 완료한 검사가 법원에 피의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처분으로 통상 ‘기소’라고도 함)하는데 충분한 범죄혐의가 인정되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수단?결과?범행후의 정황 등(형법 제51조, 이하 ‘참작사유’라 함)을 참작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형소법 제247조 ①항). 미성년자나 초범자, 기타 경미한 죄를 지은 자에게 선처를 베푸는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이다.

둘째. 선고유예는 검사가 처분하는 기소유예와 달리, 형사재판을 진행한 판사가 판결로 선고하는 것이다.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위 참작사유를 고려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때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된다. 단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에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그런 전과가 발견된 때에는 유예한 형을 선고(형법 제61조)하고, 유예된 형을 집행하게 된다.

셋째.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위 참작사유를 고려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형법 제62조).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 피고인은 유예되었던 형 집행으로 수형자가 되고, 무사히 유예기간을 경과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위 셋 중 기소유예는 별도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판결에 의한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형의 선고와 형의 집행에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이 경과했을 때 판결 본래의 효력이 발생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범죄자에 대한 강제적?획일적인 처벌을 지양하고, 그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 가정을 지키며 스스로 반성하도록 하는, 교화와 재범예방을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유예’보다는 ‘준법에 의한 자유’를 선택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