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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장신문주최 제1회 산문 백일장대회 고등부 대상작]100년 된 고목나무
대천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김지예
2011년 10월 18일 (화) 17:02:0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야호~”
메아리가 된 내 목소리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귓가를 스친다.
성주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내 고장 보령은 마치 초록빛 바탕의 도화지에 담긴 한 폭의 그림 같다.
 “지예야! 이제 그만 내려가자.”
그 절경에 막 심취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하산하자는 아빠의 재촉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운동화 끈을 다시 단단히 묶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딛는다.
 옆에는 내 키의 세 배는 될 법한 높이의 덩치 큰 나무들이 스쳐 지나간다.
고개를 돌리니 나무의 몸통에 V자로 새겨진 상처가 또 눈에 와 박힌다.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매번 보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이끌린다.
 일제 강점기 당시, 소나무의 송진을 연료로 쓰기 위해 채취하고 그 표시를 하기 위해 일본군이 만들었다는 커다란 상처.
50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그 상처를 볼 때마다 아빠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인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성주산의 나무들이 등산객들을 지켜주듯 내 곁에는 언제나 100년 된 고목나무처럼 나를 지켜주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계신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빠의 속을 많이도 썩였다.
공부 잘하는 언니, 얌전한 여동생, 어린 남동생 사이에서 호기심 많고 활발했던 난 언제나 사건, 사고들을 몰고 다니는 먹구름 같은 말썽쟁이였다.
어려서는 여기저기 부러지고, 찢어지고, 다치는 곳도 많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친구를 때리는 것은 물론, 패싸움에 나쁜 짓들도 참 많이 했었다.
그 때마다 아버지의 가슴엔 나로 인한 생채기가 하나, 둘 늘어만 갔다.
 그렇게 나의 말썽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처음 본 아빠의 눈물에 너무나 혼란스럽고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다.
아빠 홀로 어리기만한 네 남매를 키우는 것 자체도 힘에 부치셨을 텐데 그 나이의 난 미쳐 그걸 깨닫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빠의 눈물을 보고나서 작은 충격과 함께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3학년, 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대천여상에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 갈 때마다 나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게 자신이 없어졌다.
곰처럼 배가 나오고 몸집이 큰 아빠는 항상 나에게 튼튼한 지지대이자 버팀목이었고, 나의 문제는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 주던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랬던 아빠가 한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어깨에 붙어있는 파스의 개수가 하나, 둘 늘어나고 아침밥을 먹고 약을 챙겨 먹는 건 아빠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매년 돌아오는 아빠의 생신에는 케잌에 초를 꽂다가도 언제 이렇게 초가 늘어났나 싶어 놀라기도 한다.
나무가 나이를 먹을수록 탐스런 열매를 맺고 부리를 더 단단히 뻗어가는 것처럼 내가 클수록 ‘아빠’라는 존재는 더욱 더 소중하고 애틋해지는 존재인것만 같다.
 외산면 반교리에 있는 할아버지댁에 가다보면 성주를 지나게 되는데, 그 곳  가운데에는 정말 오래 된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나무라 그런지 지나면서 보게 될 때마다 너무나 정겹다.
 그 나무가 아스팔트 도로 한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뿌리를 뻗어 나가 듯 나도 고난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빠 딸이 되어야겠다.
 오늘은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굳은살 가득한 손을 어루만져 드려야겠다.
 나로 인한 아버지 가슴의 생채기와 흉터들도 함께 말이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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