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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만의 시선]고향을 묻는 사람들
황선만 (칼럼리스트)
2011년 09월 27일 (화) 14:10:01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몇 년 전 한 모임에서 대표를 뽑는 날이었다. 모임의 기여도도 높고 활동력도 왕성하며 품성이 좋아서 이구동성으로 S씨를 추천했다. 그런데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나는 보령이 고향이 아니므로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모임의 대표는 외부 단체 인사나 기관 책임자들과의 만남들이 필요한데 그런 자리에 본인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몇 차례 더 요청했으나 극구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문제는 S씨가 아니라 대표 자리를 요청하는 회원들이었다. 고향이 보령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회원들은, S씨에게 예의상 몇 번 더 요청하는 흉내를 낼 뿐 S씨를 대표로 하자는 중지가 일거에 피그르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S씨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자신은 충청도 서산에서 태어났고 성년이 되어 보령으로 이사 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신의 고향은 보령이 아니라 서산이니 그런 대표성 있는 자리는 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때 수긍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때 씁쓸해진다. 보령 땅에서 30년 넘게 살아왔어도 유년기를 이곳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보령시민들의 외곽에서 맴돌아야만 한단 말인가. 그 주장은 도대체 왜 설득력을 갖는단 말인가. 우리들의 감성이 그토록 옹졸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 땅에 살던 한 유명한 화가가 산 좋고 물 좋은 땅을 찾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보령으로 작년에 이사를 왔다. 폐가를 구입해서 열심히 수리하고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는데, 가장 힘든 점이 마을 사람들의 배타적 의식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떠나버려 빈 집이 많은 산골 마을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하대와 불신의 눈빛이 반짝인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3년 전 스위스에 잠시 머물 때의 일이다. 산도 물도 낯선 데다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도 만나기 드물어서 틈나면 사람 구경하러 거리를 나서곤 했었다. 그런데 횡단보도 앞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중년남성이 보였다. 다짜고짜 다가가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었더니 한국인이 아닌가. 회사 업무차 스위스에 들른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 얼마나 반가웠던지 스케줄을 잠시 뒤로 미루고 자리를 함께 했었다. 충청도니 경기도니 하는 고향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우리를 묶은 것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너무 멀어서 지구인의 경외의 대상이다. 보이저2호가 10년 동안 날아가서 보았어도 별은 지구에서 바라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켄타우로스 자리의 알파별이다. 그것도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고 남반구 지구로 가야만 볼 수 있는 별자리이다. 그런데 가장 가깝다는 그 별은 지구에서 4.3광년 거리에 있다. 빛의 속도로 4년 넘게 달려가야 다가갈 수 있으니 왕복하고 나면 9년 가량의 세월이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그 멀리에서 지구를 보면 어떻게 보일까. 아니, 볼 수나 있는 것일까. 그 작은 지구, 그 속에서도 보령이란 곳은 어떨까. 그 크기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그토록 작은 땅에서 아웅다웅 살고 있는 것이다. 고향이 어디나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구나 지금은 다민족 시대 아닌가. 타 시군에서 태어난 사람도 품지 못하는데 어찌 타국인을 품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어불 성설이다. 

혹자는 우리들의 그런 심성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지역감정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된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이데올로기에 이득을 보는 자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고향중심으로 형성된 카르텔을 깨면 그 이득은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이득은 유형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무형의 충만한 행복감이라는 선물이 되어 찾아올 것이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말자. S씨 같은 분이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마을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로 우뚝 설 수 있다. 또 유년기에 떠나간 땅으로 선거 때면 찾아오는 출마 손님들의 그 볼썽사나운 모습도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주 속 작은 점 밖에 안 되는 지구, 그 속에서도 보령이라는 정말 작은 마을에서 만난 우리가 고향을 논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고향이 어디냐고? 지금 발 딛고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다. 

※ 사외(社外)기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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