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28 화 12:21
의정비, 시립노인병원
 
> 뉴스 > 읍·면·동
     
[책익는 마을 책읽는 소리]우리는 권력의 시선에서 자유로울까? 下
장윤성 (보령 책익는 마을 회원)
2011년 09월 27일 (화) 14:07:1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나는 감시당하고 있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은 완벽한 감시 장치, ‘판옵티콘’을 구상한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판옵티콘’은 하나의 시선만으로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감옥건물이다. 건축가도 아닌 정치 사상가였던 벤담이 감옥 건축을 구상한 까닭은 감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험공간이기 때문이다. 판옵티콘의 원리는 시선의 불균형, 시선의 비대칭성이다. 반지모양의 원형건물 안 중앙의 탑에는 감시인을 둔다. 중앙 탑은 빛이 차단되어 수감자는 감시인을 확인하지 못한다. 반면 수감자의 독방에는 항상 빛이 통과되게 한다. 이 빛은 감시자의 시선이 죄수들을 더 잘 파악하게 만들어준다.

벤담이 구상한 판옵티콘의 원리인 시선의 불균형, 비대칭성은 오늘날 경찰서 심문실에서  이용되고 있다. 용의자가 있는 심문실은 거울처럼 보이는 창이 있다. 용의자는 그 창을 통해 다른 방에 있는 검사와 경관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검사와 경관은 그 창을 통해 용의자를 관찰한다. 판옵티콘의 죄수들이나 경찰서 심문실의 용의자는 감시인을 확인하지 못한다.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식하고 있다. 이 시선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제약이 따른다.

벤담의 판옵티콘은 구상으로만 끝나버린 채 건축되지 못했다. 판옵티콘 이라는 건물은 존재하지 않으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변형된 판옵티콘들이 존재한다. 그 변형된 판옵티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감시하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생들은 시험으로 학습능력을 감시당하고 교사들은 교원평가제로 교수능력을  감시당한다.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면서 기업에게 소비행태를 감시받는다. 보유율 90%가 넘는 휴대폰도 훌륭한 감시도구이다. 휴대전화 통화기록으로 감시당하고 GPS와 결합하여 위치도 추적당한다. 나의 언행이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로 찍히기도 한다.

인터넷 상에서 회원가입을 하면서도 감시받는다. 내가 기록한 구체적 신상정보가 유출되어 불이익도 받는다. 건강보험제도로 내 질병의 사항들이 보험회사 등에 의해 감시받는다. 나는 기억조차 못하는 내 질병을 보험회사는 아주 자세히 알고 있다. 곳곳의 폐쇄회로 TV는 우리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는 구실로 유용하게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때 감시하는 시선에서 자유로울지 알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2013년부터 주민등록증에 IC칩을 내장한 전자주민증으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전자주민증이 필요하다고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응급치료 상황시 필요한 혈액형 정보를 넣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는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응급상황시라도 수혈을 하기 전 혈액형검사는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알려준 혈액형이나 주민증에 기재된 혈액형으로 수혈하는 의사는 없다. 그대로 수혈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은 의사라면 숙지하고 있는 기본 의학상식이다. 정부가 근거없는 이유를 내세워 국민을 기만하면서까지 전자주민증으로 변경하려는 목적은 감시이다. 좀 더 효율적으로 국민을 감시하려는 것이다.

나는 트루먼이다
십여 년 전에 섬뜩한 영화를 관람했다.  <트루먼 쇼>라는 영화이다. 트루먼 쇼는 트루먼이라는 남자의 일상을 24시간 숨겨진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전 세계에 내 보내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이 트루먼 쇼에 열광한다. 평범한 남자의 일상생활에 푹 빠진 이유는 엿보기의 심리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트루먼의 사생활을 엿보며 쾌감을 느낀다.  실제로 트루먼 쇼 같은 인간의 엿보기 심리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장르로 방영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이혼위기에 처한 여러 쌍의 부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전개되는 내용을 시청자들도 대충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하는 이유는 가상이 아닌 실제 부부생활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먼 쇼를 관람한 후 다른 사람을 내가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나도 엿볼 수 있다는 확연한 진실을 깨닫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현금인출기 앞에서, 주차장에서 나는 트루먼이다. 어디를 가든지 카메라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나는 트루먼처럼 나를 촬영하는 폐쇄회로 TV를 의식하지 못한다. 물론 폐쇄회로 TV가 나를 촬영하고 있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의식의 세계는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다. 내 의식은 나를 감시하는 시선에 길들여져 있어서 편안하게 익숙해졌다. 자연스러운 그 익숙함은 감시받는 시선에서 탈출하려는 의지를 지니지 못하게 한다. 설령 그 의지를 갖게 되더라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섬을 탈출한 트루먼은 과연 시선에서 탈출했을까?

보령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보령신문(http://www.charm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가장 많이 본 기사
웅천 진양석재, 나눔 실천
[소비자정보]스터디카페, 중도 해지
보령소방서, ‘전문 소방관이 되기
[박종철 칼럼] 윤 대통령의 지지율
보령서 희귀종 '알비노' 오소리 발
대천항 및 무인도서 해양쓰레기 정화
SOS 구조버튼을 눌러주세요!
보령축제관광재단, 신규임용 사령 교
웅천읍 새마을부녀회, 사랑의 반찬나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 보령입니다"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