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명제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렇다면 실제 만인이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을까? 눈을 크게 뜨고 살펴 따져보면 실상은 기대에 못미친다. 평등은 재판받을 권리영역에서도 당연히 실현되어야 한다. 특히 신체적 기본권 보장이 요구되는 형사재판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헌법소원의 변호사 강제주의와 관련해서도 평등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이하 형사재판의 국선변호인과 헌법소원의 국선대리인 선정과 선임의 요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형사절차의 국선변호인제도는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보장에 관한 기본권 중 하나인데, 두 가지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하나는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경우로, ①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절차에 회부된 형사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 ②피고인이 구속, 미성년자, 70세 이상, 농아자,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일 때, ③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등이다.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빈곤 등 경제적 사정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이다. 이때 피고인은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고, 국선변호인 예정자명부에 등재된 변호인들 중에서 청구인이 원하는 국선변호인을 선택할 수 있다.

헌법소원은 국민 누구나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청구할 때 반드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강제되어 있다. 만일 이 원칙이 강조된다면 빈곤 등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국민은 기본권을 침해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이의 보완을 위하여 헌법재판소법 제70조는 국선대리인제도를 두고 있다. ①월평균 수입이 150만 원 미만인 사람, ②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③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 ④청구인이나 그 가족의 경제능력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기타 헌법재판소 판단에 의하여 청구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위 요건과 무관하게 선임할 수 있고, 요건을 갖췄더라도 청구가 명백히 부적법한 경우 등에는 선임하지 않을 수 있다. 

법적인 분쟁이 일상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일반서민, 특히 저소득 및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분야의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현재 법률구조공단이 소송구조 등을 통하여 실질적인 재판청구권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제한적이다. 소송구조의 대상과 영역을 보다 확대한다면 재판받을 권리의 평등실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