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 월별 일조시간<자료제공 : 보령기상대>

여느해보다 많은 비가 내린 7월 일조시간의 절대 부족으로 농작물 작황에 비상이 걸렸다. 농작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비와 구름, 안개낀 하늘로 인해 햇볕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보령기상대에 따르면 보령지역의 7월 한 달간 일조량은 83.8시간으로 지난해 151시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평년값인 187.3시간에 비해 크게 급감했다.

8월 역시 마찬가지다. 17일 현재까지 일조량은 36.4시간으로 지난해 151.7시간과 평년값인 221.2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추석연휴를 지난 다음달 중순까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벼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령지역 벼 재배 농가들이 대부분 중생종이나 중ㆍ만생종을 심는데 예년 같으면 이달 중순부터 이삭이 날 시기이지만 일부 조생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벼가 아직까지 이삭조차 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간혹 키다리병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한 지역에서 쉽게 발생하는 잎 도열병과 흰등멸구 등 병해충에 대한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최근 도내 15개 시ㆍ군에 설치된 벼 병해충 관찰포 1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병해충 발생면적은 1만6천966㏊로 작년 1만3천614㏊에 비해 24.6%나 증가했다.

잎도열병의 경우 작년 4㏊에서 올해 937㏊로 급증했으며 흰등멸구 발생면적은 2천514㏊로 작년 1천210㏊에 비해 107.8%나 늘었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현재 벼 1포기당 이삭 수와 이삭 당 낱알 수가 지난해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을날씨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쌀 생산량 감소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밭 작물은 벼보다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고추의 경우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6% 줄은데다가 탄저병으로 인해 현재 붉은 고추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0% 상승했다. 또 잦은 비로인해 김장채소의 정상적인 재배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가을배추의 경우 김장김치 등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곧 묘목을 심어야 하지만, 토양에 수분이 많을 경우 생육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햇볕이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령의 특산품으로 가을 추석철 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남포 사현포도 역시 잦은 비로 인한 '열과 피해'가 발생하면서 하루 평균 생산량이 작년 250상자(5㎏ 기준)에서 올해 200상자로 20.0% 감소했으며 가격은 작년에 비해 20% 정도 오른 1상자(5kg)에 3만∼3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황동화 과장은 "잦은 비로인해 벼가 연약하게 자라고 있어 이삭이 나오고 난 이후 태풍이 올 경우 도복(벼가 쓰러지는 것)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며 "현재까지 발생한 것 보다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